확신인가 꿈인가
'엄마, 내가 건물 하나 사줄게요'
20대 전후였을 때 어느 날 엄마와 마루에서 놀다가 내가 했던 말이다. 그때는 진짜였다. 하면 될 줄 알았고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다섯 살 꼬맹이도 아니고 다 큰 딸이 그렇게 말했을 때 엄마는 내가 대견하고 귀여웠을까? 아님 아직 크려면 멀었구나 답답하셨을까?
사십이 넘은 지금, 엄마 건물은커녕 내 집도 마련을 못했다. 대출도 없지만 저축도 많지 않다. 친구들은 똑같이 학교 다니고 젊은 시기를 보냈는데 결혼해서 어떻게 그리 똘똘하게 움직여 다들 집 장만을 하고 대출을 감당하고 살림을 키워나가는지 모르겠다. 나의 허술함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돈에 대해 너무 몰랐다. 월급은 주는 데로 받는 것, 돈은 쓸 수 있는 대로 쓰는 것이라 여겼다. 내가 신문을 안 봐서 그랬을까? 청약의 목적과 이용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집값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왜 전세라는 제도가 가능한지, 급여 대비 주택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등등등. 들어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큰 애가 초등학교에 간 이 시점에야 돈, 경제의 스케일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신문이나 뉴스를 즐겨보지 않고 아직 돈에 대해 거리감을 갖고 있을 젊은 후배들에게 생각을 나누고 싶다.
부자들의 공통점을 찾아 소개하는 콘텐츠가 즐비한 요즘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많은 콘텐츠를 찾아보았고 그들이 거의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적과 목표 그리고 실행력이 그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이 세 가지를 삶에 적용하기 위해 새벽에 규칙적으로 일어나 일과를 정리하거나 운동이나 명상을 하는 등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 위한 일들로 하루 루틴을 만들어 고민 없이, 당연히, 꾸준히 실행한다. '국. 영. 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잘하면 된다'는 서울대 가는 방법만큼 간단한 방법이다.
이 간단한 방법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탐구하지 않고 그냥 실행했다면 이미 부자가 되었을 텐데 탐구를 먼저 해야 하는 나를 탐구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기 확신이란 잠재의식의 영역이다. 생각으로 '나를 믿고 해 보자'라고 아무리 외쳐도 마음속 저기 깊은 곳에서 '네 말이 맞다고? 설마 그럴 리가. 어서 어딘가든 다시 확인해봐.'라며 액션에 집중을 못하고 '액션을 하는 방법', '액션을 수행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들'을 찾아 헤매게 한다. 결국 핵심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다 길을 잃고 의기소침해지고는 '역시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며 아무것도 해본 것 없이 혼자 지쳐 쓰러진다. 나를 의심하는 잠재의식에 압도되어 도태감을 만끽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래 가치가 있다고 보이는 종목이 지금 저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면 사서 1년에서 1년 반 기다리면 반드시 얼마만큼의 수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디 더 좋은 종목 없나, 더 좋은 수익 내는 방법은 없나 기웃거리며 우량 종목을 골랐던 안목을 흩트리고 핑퐁 거리고 종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익은커녕 자본금이 녹아내린다. '나는 돈을 버는 족족 까먹는 사람이야, 주식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아, 난 이 정도 인간이야.'라며 부정적인 에너지와 또 타협한다.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 뭘, 왜 해야 하는지 정하지 못해서 돈 되는 일을 곧바로 실천하지 못하고 방황하는데서 오는 경제적 손실은 그 밖에도 많다.
어마어마한 경쟁률 속에 내가 청약에 당첨될 리가 있겠어? 라며 LH사이트 보기를 돌같이 하거나 푼돈 모아 언제 목돈 되냐며 간식 사 먹는 재미에 젖어들다 보면 편의점에서 월 100만 원가량 소비하는 황당한 우수고객이 된다. 경제, 사회 뉴스나 신문 기사들은 나 모르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게 단어가 어려워 어차피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알아서 뭐하겠냐며 연예, 예능, 취미 콘텐츠 영역으로 빠르게 건너뛴다. 없는 살림에 마음까지 쪼그라들지 않기 위해 차를 사고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이용하고 종종 여행 다니며 남들 사는 만큼 흉내 내고 살려니 거지꼴을 못 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확신은 재테크의 첫 단추이다. 재테크는 잘 벌어야 하지만 많이 남겨야 된다. 그리고 어떤 투자이던 시간에 투자해야 돈이 된다. 자기 확신 없이는 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느라 잘 벌지도, 남기지도, 투자하지도 못하고 핑퐁 거리며 주머니를 털린다.
자기 확신이라는 게 '나를 믿자!' 한다고 바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를 믿자고 결심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생각이다. 과거의 기억과 평가는 그때의 나라고 떠나보내 주고 지금의 나를 살자. '나도 남들처럼 몸과 시간이 있다. 배우면 알게 되고 하면 된다.'
20년 전 엄마에게 했던 '내가 엄마 건물 하나 사줄게요'역시 당시에는 확신이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이유는 세상에 대해 배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노력 없이 바란다는 것은 확신이 아니라 꿈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들 집 한 채씩 장만할 때까지 꿈과 확신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기로 산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젠 알았으니 됐다. 더 이상 여기저기 핑퐁 거리지 말고 주어진 시간 아깝게 여기고 차분히 글 쓰고 엄마 콘텐츠를 남기며 시간, 열정, 돈을 차곡차곡 쌓아보려고 한다. 우리 부모도 벌었고 내 아이들도 벌 텐데, 나도 할 수 있다. 배우면 알게 되는 것이고 하면 되는 것이다. 건강과 시간이 있으니 나도 할 수 있다. 300번째 글의 제목은 나의 성공담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여보, 내가 그림 같은 집 한 칸 마련해 줄게요! 다감아, 내가 집 한 칸 사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