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출근이다

by 김숙희


# 내일 건강검진을 위해 모바일로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1년간 술을 정말 조금 마셨구나 싶다.

가장 최근에 가장 많이 마셨던 것이 맥주 2병이라니... 그것도 아마 거의 1년 전 같다.

왠지 내일을 위해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정말 쓸데없는 불안감.

그나저나 격하게 숨이 쉬어지는 운동을 일주일에 몇 번을 했냐는 질문은 너무... 내 몸에 죄송한 느낌.


# 백신 2차를 맞고 4일 정도 지속되었던 두통은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다. 원래도 있었던 두톻이라, 이제 좋아진 건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어제 발등과 발가락에 있던 염증때문에 먹던 소염진통제를 먹고 밤에 화장실에 여러 번 다녀왔다. 디스크 약과 같이 복용해서 그런건지...

최근에 간 병원의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너무 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딘 것인지. 아니

무딘 것이 맞는데...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살아가려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조심조심.


# 어제 회사에 다니기 싫은 고통..혹은 내 한계치가 최고점이었는지... 그냥 앉은 자리에서도

눈물이 날뻔했다. 이직에 대한 준비는 올 여름부터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진척은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력서 100통은 넣어봐야 그래도 해봤다 소리 나오는 거 같아서 분발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나는 아쉬움이 적은 지 속으로 저울질하는 것이 많다.

회사 건물도 깨끗해야 하고, 화장실도 너무 사무실 가까이에 있어도 불편하고, 집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이제 무리다. 그리고 괜찮은 근처 카페 두세 곳까지...

"일은 많은데, 계속 추가되고 야근은 점점 하기 힘들고 주말에 집에서 하는 것도 벅차고

몸은 점점 안좋아지고"라고 누가 정리해 주었다.

나도 알고 동료도 알고 남편까지 알지만 해결책을 잘 모르겠다.


잠시, 유명하다는 점집의 연락처를 쳐다보다가...

점집에 예약해야할지 정신과에 연락해야할지 그냥 모두 놓아버려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먹먹하게 생각을 멈췄다.


# 저녁을 먹으면서 슬쩍 남편에게 얘기했다. 이런저런 내 상황을.

갱년기 증세 같다는 말에 그럼 갱년기라는 키워드로 모든 게 다 해결이냐고 되물었다. 아니란다.

그러다가 함께 회사 욕하다가 또 흐지부지 아이들 밥 먹이고 재우고 기절하며 자고 깨는 일상의 반복.

나도 무슨 결정적인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눈빛이 흐려지거나 자꾸 뒷걸음칠 때, 같이 붙잡아 주었으면 한다.


# 6살 남자 아이. 우리 둘째. 한달 전부터 "뽀뽀하지 마요."라고 한다.

나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안아주고 이마나, 머리에 뽀뽀를 하게 된다.

언제 또 커서 이럴까 싶다가도.

내 애정 표현의 습관은 8살 첫째에게는 늘 환영, 지금 둘째에게는 거부 기간.

다음에는 미리 물어봐야지.


# 사무실에 가습기가 고장나서, 집에서 쓰는 브랜드의 미니 500ml 사이즈로 배송시켜

오늘 책상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왠지 여기가 안방 같고... 그럴리 없겠지만 갑자기 가습기가 너무 기특해 보인다. 이곳에서 열일하는 가습기.


# 목이 너무 뻐근한데, 디스크 약을 안 가져왔다.

아차, 싶지만 생각해보니 지난주 도수치료에서의 날짜 헤프닝으로 안 가서 약도 이제 얼마 없다.

금요일 예약인데, 목요일에 가서 되돌아오고

금요일은 너무 지쳐 그냥 집으로 오고, 예약 취소도 하지 않아 치료사님께 실수도 한다. 죄송한 마음.

다시 예약을 하고 이번 주도 가야한다. 실비 처리가 되고, 어차피 내가 아파서 가는 병원인데도

왜 이렇게 힘들까. 빛독촉을 하러 가는 기분인가, 독촉을 받는 기분인가.


# 동료의 추천으로 다시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고전은 정말 고전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술술 첫장부터, 아니 저자의 서문부터 심상치가 않다.

어쩜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글이 이어지는가!

저자가 아이를 '괴물'로 형상화해서 썼다는 얘기도 있지만,

왠지 아닐 것 같다. 그냥 서문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쓰자고 나왔던 모임의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 듯.

오랜만에 끝까지 다 읽고 싶은 책.


# 그나저나 내일도 아프니까 당연히 출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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