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울 때..
내가 20대 때 읽었던 인상 깊었던 책 중에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란 책이 있다. 다시 읽을 엄두는 안 나지만 내가 어떤 괴로움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을 위해? 아니면, 뭔가 더 이상 그 괴로움이 튀어나오지 말길 바라는 무의식적인 봉인? 을 위해? 책 장 한구석에 버리지 못하고 둔지 20여년이 지나간다. 이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인생은 고해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 문장에서 깊은 위로를 얻었었다. 아, 인생이 결국은 고해이구나 하는 절망이 아니라, 역시 인생은 고해였구나, 하는 확인에서 오는 해방감을 되려 느꼈달까..
나는 괴로울 때 글을 쓰고
책을 짚어 읽는 경향이 있는데
얼마 전 큰 마음먹고 이 책을 처분하리라 생각하여 중고서점에 이 책을 팔러 갔다.
그냥 버려도 될 일을 왠지
그냥 버려지는 결국을 선언하기엔
이 책이 담은 무게와 해방감이 너무 소중해서인지.
누군가는 나처럼 이 책에서 비슷한 위로를 얻길 위해서인지.
(사람이 살다 보면 별거 아닌 것에 혼자만 치르는 의식 같은 의미를 갖다 붙일 때가 있다.)
그런데, 재고 넘침의 이유로 중고서점 판매가 거절되었다. 나는 이 책 포함 여러 권의 판매 거절된 책을 다시 무겁게 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고해다.’에 대한 거절 금지…
살다 보면 참 행복한 날,
눈물 나게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날 분명 여러 날인데,
그 가끔씩의 행복한 날과 행복한 날 사이에는 수많은 괴로움의 파도를 헤쳐가는 듯싶다.
삶이 결국 고해라면,
내가 지금 느끼는 괴로움은 당연한 것.
괴로움이 날 어쩌지 못할 것이란 확신만 있다면,
괴로워도 살만한 게 인생인 것.
이것 또한 지나가리 하면
언젠가 다 지나가는 게 괴로움인 듯.
거친 파도가 탁월한 항해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고해의 인생은 나를 탁월하게 만들어가는
훈련들인 듯.
받아들이자 다시 한번
인생이 고해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