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서 제품 메이커로 성장한 2025년

by 사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단순히 주어진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제품을 만드는 방식' 그 자체를 개선하고, '비즈니스와 고객'을 이해하며, '새로운 기술(AI)'에 도전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PM으로서 고군분투했던 세 가지 핵심 어젠다를 중심으로 회고를 정리해 봅니다.



1. RDP: 추상적인 '좋은 사용성'을 정량화하다


1) 배경: "좋은 UX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Re:catch Design Principle(RDP)'는 디자인팀 정민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동상이몽: 팀마다,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UX의 기준이 달랐습니다.

추상적인 목표: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는 말은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은 사용성인지 정의되지 않았습니다.

우선순위의 배제: 기능 개발에 밀려 사용성 개선은 항상 백로그 뒤편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2) 액션: 원칙 선언에서 스코어링 시스템 구축까지

우리는 단순히 원칙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았습니다.

원칙 수립: Figma 코멘트 분석, VOC, 사내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만의 디자인 원칙을 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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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링 시스템(Scoring System) 도입: 팀 내에는 총 215개의 사용성 관련 티켓(VOC + 내부 발견 이슈)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를 스쿼드에 설득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감'이 아닌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User Journey Map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의 여정 속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Critical), 얼마나 빈번한지 등을 고려했습니다.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11.00.43.png 스코어링 표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11.00.02.png RDP 운영 시스템





3) 결과 및 배운 점

Result 1: 예방적 개선이 필요한 215개의 티켓 중, 시급도가 높은 60개 티켓을 완료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6점 이상의 티켓을 분류하여 우선순위로 처리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고칩시다"라고 말할 때보다, 기준을 가지고 점수화하여 제시했을 때 설득력이 높아짐을 체감했습니다. 추상적인 가치를 정량적인 기준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제품의 퀄리티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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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ult 2: 모두가 RDP를 외치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팀이 디자인 원칙으로 한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까?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 또한 사용성이다라는 것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디자인 리뷰든 어떤 기능이 배포가 되었을때든 등등 많은 상황에서 원칙을 기반을 입각하여 전달하였고, 슬랙에서도 밈처럼 사용성을 해치는 문제가 슬랙에 올라오면 RDP를 외칠 수 있도록 하니 팀내에 체화가 되고 중요성을 알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11.02.25.png 대표님도 외치는 RDP






2. ICP 수집 및 정의: 데이터 너머의 '진짜 고객'을 찾아서


1) 배경: 흩어진 데이터와 보이지 않는 맥락

제품 지표만으로는 고객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컨텍스트 부족: 고객사가 어떤 사내 메신저를 쓰는지, 결재 라인은 어떻게 되는지 등 '제품 밖의 정보'가 기획에 필수적이었으나 알 길이 없었습니다.

복잡한 비즈니스 구조: 컨설팅(그로스 패키지)과 제품 판매가 섞여 있어, 순수 제품 사용 고객을 발라내기 어려웠습니다.

싱크 미스: 비즈니스팀과 제품팀이 바라보는 고객상이 서로 달랐습니다.



2) 액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한 판' 정리

우리는 누구를 위해 제품을 만들고,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비즈니스팀(AE)과 제품팀이 함께 바라볼 수 있는 ICP(Ideal Customer Profile) 정의를 시작했습니다.

고객사 전수 조사: 80여 개의 고객사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도입 배경, 구독 제품, 워크플로우를 정리했습니다.

AE와의 협업: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고객의 생생한 컨텍스트를 AE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워 넣었습니다.

One Page 공유: 처음엔 제품팀을 위해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전사가 지향해야 할 고객상을 일치시키는 도구로 발전했습니다.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11.04.02.png 고객사 한판 정리



3) 결과 및 배운 점

이 과정에서 B2B 제품 디자인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깨달았습니다.


"B2B는 두 고객사만 비교해도, 그들의 판매 방식과 워크플로우가 완전히 다르다."

기존의 B2C 방식처럼 행동 패턴을 일반화하여 기획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워크플로우를 완벽히 커버하려다 보면 제품이 복잡해지고, 너무 단순화하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결국 디자이너로서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는 RICE(Reach, Impact, Confidence, Effort) 프레임워크 등을 통해, "이 기능을 얼마나 깊이 있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범용적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3. AI TF: 맨땅에 헤딩하며 배운 PM의 관점


1) 배경: 갑자기 PM? 갑자기 AI?

AI TF가 결성되면서, 디자이너이자 PM으로서 AI 기능을 제품에 녹이는 미션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게 있는 AI 지식이라곤 ChatGPT를 몇 번 써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2) 액션: 새벽 공부와 낯선 기획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기에, 학습과 실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습니다.

기술 학습: AI Agent, RAG, LangChain, Prompt Engineering, Token 개념 등 기본기를 새벽까지 공부하며 익혔습니다.

새로운 기획 방식: AI 제품은 UI보다 '어디서 호출할 것인가(Trigger)', '어떻게 프롬프트를 짤 것인가'가 사용자 경험을 결정했습니다.

운영과 로드맵: PM으로서 팀을 운영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AI 기능의 로드맵을 설계했습니다.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11.05.36.png
스터디 자료들..



3) 결과 및 배운 점

디자이너와 PM, 두 모자의 무게가 다름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Designer: 도메인을 이해하고, 사용성을 고민하며,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Maker'의 관점.

PM: 어떤 문제가 비즈니스적으로 더 큰 임팩트를 주는가? 한정된 리소스로 어디까지 구현할 것인가? 를 고민하는 'Strategist'의 관점.

작게 배포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섣불리 푸시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기술을 제품의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 전체를 조망해 본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시야가 '화면'에서 '제품과 비즈니스 전체'로 넓어진 시간이었습니다.



마치며: 정답이 없는 곳에서, 나만의 길을 찾으러

B2B 시장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것, 특히 디자이너이자 PM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여전히 막막한 과제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고객을 완벽히 이해해야 하는지, 수많은 요청사항 중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사실 저는 아직 그 명쾌한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확실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방법론이나 교과서적인 정답을 쫓기보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우리 팀과 우리 제품에 맞는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해 보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려하며 제품을 설계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막 그 시작점에 섰다는 느낌이 듭니다. 화면 안의 UX를 넘어, 제품이 시장에서 가지는 가치와 영향력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번 해에는 이 시작점을 발판 삼아 그 방향으로 나아가보고 싶습니다. 잘 모르는 영역이기에 더 많이 부딪히고 깨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와 제품을 연결하는 저만의 답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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