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책에서 자기 돌봄으로

20대의 질주, 30대의 기록

by 사라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짧게 요약하자면 남이 보는 나를 위해서 살았다면 이제는 나를 위한 삶으로 산다는 점이 달라졌다.


[질주하던 나의 20대]

나의 20대는 '도전'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할 수 있었다. 무작정 말레이시아로 떠났던 날부터 마케팅, 프로덕트 디자인, 그리고 스타트업에서의 거침없는 시도들까지.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기획과 정책, QA를 넘나들며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싶었다.

20대 후반의 나는 모든 것을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디자인도, 기획도, 내 이름이 걸린 모든 프로젝트에서 완벽하고 싶었다. 수많은 밤을 야근으로 지새우며 스스로를 몰아세웠고,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매서운 자책이 뒤따랐다.



[무너지는 루틴과 자책의 굴레]

하루를 잘 보내고 싶어 억지로 루틴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https://brunch.co.kr/@lovioyou1004/16


하지만 잠이나 스트레스 관리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이 어긋날 때면 애써 세운 계획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다시 시작하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며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커리어를 쌓는다는 명목하에 나를 괴롭혔던 시간들. 물론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일임에도 해내지 못하면 자책했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분리]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완벽해지려는 욕심 때문에 정작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길 여유도, 질 좋은 잠을 잘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성취보다 중요한 건 내면을 가꾸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나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남들은 몰라도 오직 '나만 아는' 나를 위한 투자. 좋은 수건 한 장을 쓰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씻고 난 뒤 향이 좋은 바디로션 바르기

공복에 올레샷 한 잔 마시기

좋은 속옷 입기

하루에 물 7잔 챙겨 마시기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구절 기록하기 (쓰레드도 만들었었다.)

나를 몰아세워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정성껏 가꾸는 과정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더 다정하게]

"한 번뿐인 인생, 너무 소중하지 않나요?" 지인의 이 말에 나는 반대로 생각하곤 했다. '왜 인생은 한 번뿐일까, 이번 생은 왜 이 모양일까' 하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매일의 소중함을 기록하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샀고, 하루를 촘촘히 기록하며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매일의 소중함을 기록하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다이어리도 샀다. (선물받았다)

첫 몰스킨 다이어리



조금 더 나아가 이제는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누군가 '다정함도 체력'이라고 했던가. 최근 시작한 달리기는 엉킨 스트레스를 털어내 주고 내 몸을 긍정하게 만든다. 간헐적 단식으로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올해는 나 자신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아로마 오일이 스트레스 완화, 수면에 좋다고 해서 출근전 취침전 사용해보고 있는데 실제 효능은 모르겠으나 하루 시작하고 마무리 하는 느낌이라 괜찮은 것 같다.


작년의 내가 나를 돌보고 가꾸는 법을 비로소 이해한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그 단단해진 토대 위에서 다시 한번 큰 꿈을 꿔보려 한다. 최근 나의 마음을 울린 안성재 셰프의 말이 있다.


"일뿐 아니라 취미로 운동을 할 때도 세계 최고가 된다는 생각으로 해요."

이 말은 나를 몰아세우라는 채찍질이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진심을 다하라는 응원으로 들렸다. 나를 충분히 아끼고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야망. 이제 나는 나를 자책하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높이까지 기분 좋게 올라가 보고 싶다.

하루하루 소중히 나를 가꾸며, 동시에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 올해, 나의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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