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좋았던 날.
솨- 하고
내 주위를 휘감는 바람의 소리가 더없이 그립던 날,
우리 집에 도착한 국제소포 한 상자.
마음고생을 했다는 내 소식을 듣고
못내 마음이 쓰였는지
멀리 일본에 있는 절친이 보낸 선물이었다.
자신의 영어 이름이 적힌 상자 앞에서 무엇이 들어있을까 한참이나 설레 하던 아들의 웃음 너머로
저만한 또래에 만난 내 오랜 친구의 향기가 느껴졌다.
새싹이 태어났을 땐 내가 여기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자리 잡고 연봉도 오르고 하니까 챙겨주고픈 마음이 드네. 제발 아프지 마라. 안아주고 싶은 데 갈 수가 없어서 너무 슬프다.
곱게 개어져
시침질로 고정된 유카타 한 벌과
새싹이를 홀릴만한 각종 일본 과자들,
반신욕 할 때 쓰라며 넣어준 온천 가루,
과자 보관법과 만들어 먹는 방법이 적힌
빼곡한 편지까지...
꼭
영상통화로 아이를 보여달라는
친구의 성화에
페이스톡을 걸어
휴대폰을 아이 손에 쥐어주고는
화면 뒤에 숨어 한참을 울컥-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손 잡고 눈 맞추며 대화한 지가
벌써 한참이 되었구나.' 하는 애달픔에,
무엇보다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내 눈가엔 그렇게도 눈물이 그렁인걸까.
어둑해진 하늘엔
일그러지기 시작한,
어제의 환했던 보름달이 여전히 밝다.
오늘의 감정을 간직하며
매일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도쿄의 어느 낯선 창가에서
너도 저 달빛과 함께하고 있기를.
사랑한다,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