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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왁킴 Jan 13. 2022

엉킨 매듭 풀기

아이의 해결법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만납니다.


제가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앉은 남편을 염려한 까닭그런 것에서 출발했죠. 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혹여 중요한 일이 엉켜버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요. 용기 내 물으니 가벼운 배탈을 앓아서 피곤해서 그런다며 방으로 들어가 눈을 붙이고 싶답니다.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요.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가 없죠. 사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대도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었을 겁니다. 그저 곁에서 응원하고, 잘 이겨내는 걸 묵묵히 지켜봐 줄 수밖에요.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한정적이고 어쩌면 유일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잘 준비하고, 계획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모범답안이면서도 참 쉬운 답인데,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또 매듭이 꼬여버리곤 하지만요.



조금 전엔 제 아이가 남은 과자를 묶어서 보관한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왔습니다. 먹고 싶으니 풀어달라면서요. 요즘의 전 이런 걸 잘 해주지 않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취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요구르트 뚜껑 벗기기, 과자 봉지 뜯기,  연필 깎기, 지우개 가루 정리하기 같은 일들은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많을 테니까요. 그래서 봉지의  매듭을  풀어달라는 아이에게 스스로 열어서 먹어 보라고 시켰습니다. 매듭을 풀기 위해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시도할 아이의 모습을 기대하면서요.


문제의 과자봉지와 매듭


그런데 식탁에 과자봉지를 올려놓은 아이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가위를 꺼내네요?


'엄마 이런 걸 왜 찍어요?'라며 '싹둑'


고심하는 아이의 모습을 기대한 제겐 아쉽고 허무한 해결책이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니 아주 명쾌한 방법이기도 하더군요. 가위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면 얘는 굶진 않겠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녀석에겐 스스로 풀어보라고 시키는 것보단 '실례지만 혹시 가위가 있으시면 제가 좀 쓸 수 있을까요?'하고 물을 수 있는 용기를 키워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삶에서 만나는 매듭도 어쩌면 이렇게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마음 상하게 하는 매듭이 어딘가에 있다면, 어느 부분쯤을 과감하게 잘라내 보세요. 자르기 힘들 땐 주변에 가위가 있는지도 좀 물어보시고요. 그러면 그 속에 들어있는 고소한 쿠키 몇 개가 아주 쉽게 내 것이 될지 모릅니다. 고민하고 걱정하던 것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죠.



고민 없는 삶 되세요.

저도 근심은 내려놓고 쿨하고 명쾌한 학부모가 되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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