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습관#2

한글날 2시간의 여유

by Lovely Kay

2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써보는 한글날 나의 하루


초등학교 2학년 딸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먼저 일어나 책도 읽고 티브이도 보는 자유를 누린 딸의 과제를 봐줬다.

어린 나이임에도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스스로 해내는 게 많은 아이에 대한 칭찬은 엄지 손가락 한 번.

과제를 하며 지루해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오랜 꾸중을 한다.

듣다 못한 남편이 "엄마 그만 좀 화내." 하며 딸내미를 대변하며 한 마디 한다.

나는 속으로 아차 싶으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했지만 아이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오는 잔소리를 멈추기가 왜 이리 힘든지. 엄마의 구박에도 스스로 과제를 끝까지 마친 아이를 보고 나서야 웃어주는 내가 참 못났다.


워낙 늦잠을 잔 터라 아침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아점을 먹일 시간.

때 맞춰 둘째가 "엄마!!!"하고 울어재낀 다.

아이를 달래서 함께 거실로 나오고 좋아하는 빠방이에 관심이 옮겨가면 다시 주방으로 가서 아점을 만든다.

남편과는 달리 매출액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데 지난달에는 매출이 괜찮았음에도 대표가 어째 꽤나 짜게 월급을 책정했다. 평상시 같으면 휴일에 먹을 간단한 조리 음식을 잔뜩 사다 놓았을 텐데 이번달엔 혼자서 조용히 허리띠를 졸라맸다.


냉장고에는 계란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아온 두부가 있다. 소비기한은 오늘까지. 마침 어제 SNS에서 유아식으로 봐둔 두부 활용 요리가 있어 쉽고 간단한 두부 김 국을 둘째 메뉴로 정하고 남편과 딸내미는 버터계란밥을 준비하기로 한다. 어제 남은 된장국도 덥혀주고.


11시까지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는 딸에게 밥을 주려니 "엄마 어제오늘 메뉴는 내가 정했잖아."하고 투덜댄다. 아 오늘은 점심에 라면을 먹기로 했었다. 다른 날 같으면 그냥 얼른 먹으라고 했겠지만 아침에 워낙 아이에게 모질게 대한게 못내 마음에 결려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약속시간을 30분 뒤로 미루게 하고 라면을 끓여 바친다. 딸아이는 엄마의 구박은 이미 까먹은 지 오래. 콧노래를 부르며 라면을 맛있게 먹고 애교도 발사한다.

아빠는 계란밥에 라면 국물을 적셔 딸아이와 마주 보며 식사를 한다.


라면 조기교육?을 받은 22개월 둘째도 라면을 보면 난리가 나기에 둘째는 김국과 계란밥을 식판에 덜어 거실 낮은 식탁에서 먹인다. 누나에 비하면 입이 많이 짧은 둘째인데 오늘은 잠을 푹 자서인지 꽤나 맛있게 밥을 먹고 밥에 있는 콩을 골라서 자기 입에 쏙쏙 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한다.

제 엄마는 콩을 다 골라내는 게 일인데 아들을 콩을 그렇게 좋아한다. 우유, 두부, 콩, 김치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을 편식하지 않고 먹는 것이 식사량이 적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식판을 치우러 주방에 가니 덥히기만 하고 내놓지 않은 된장국이 인덕션 위에 덩그러니. 나를 보는 신랑은 또 깜빡깜빡한 나를 그러려니.


뱃속에 있을 때는 첫째가 워낙 사랑스럽고 예뻐서 둘째가 얼마나 예쁘랴 했는데 이게 웬걸 나도 모르게 둘째만 보면 하트 뿅뿅이 되는 눈을 감출 수가 없나 보다. 요새 수시로 첫째가 와서 "엄마는 내가 좋아, 동생이 종아?"하고 묻는 일이 많아졌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우리 첫 째지."라고 답하지만 첫 째는 첫째대로의 사랑스러움이 있고 둘째는 아기라서 너무 예쁜걸.

다만 첫 째가 워낙 스스로 잘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내 기준이 높아진 것 같다. 사소한 부분에 자꾸 짜증을 내고 지적하게 된다. 그와는 반대로 둘째는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았으니 엄하게 훈육하는 법이 거의 없으니 아직 어린 딸의 눈에는 엄마의 마음에 의심이 들 수밖에.

어느새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골라 입고 긴 머리도 스스로 양갈래로 귀엽게 묶은 딸에게 또 미안한 마음과 기특한 마음이 가득 찼다. 물과 얇은 바람막이를 가방에 챙겨주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후다닥 신발을 신고 딸내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외출을 한다.


첫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제 이리 컸지 하는 순간 둘째가 어느새 내 다리를 잡고 있다.

남편도 둘째가 이쁜 건지, 아이 둘이 되니 내가 더 힘들어 보이는지 둘째를 데리고 2시간 나갔다 오겠단다.

절대 거절할 이유가 없지. 잠깐사이 큰 일을 본 아들을 얼른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후다닥 씻긴다. 말을 제법 잘 알아 들어서 밖에 칙칙폭폭(지하철) 타러 나간다니 신나서 나갈 채비에도 협조를 잘해준다.


얼른얼른 보내놓고 드디어 자유시간.

바닥에는 레고, 사운드북, 스케치북이 늘어져 있고

소파 테이블 위에는 역사책, 연필, 지우개 가루가 남아있다.

한숨부터 나오니 일단 소파에 앉아 흑백 요리사를 틀고 늘어져 앉아 30분 동안은 티브이만 집중해서 본다.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어린 요리사가 우승자가 되었다. 나를 돌아보며 초라해지기도 하고 또 자극이 되기도 한다.

중간중간 도착하는 둘째 귀요미의 깨발랄 영상을 확인하며 바닥과 테이블, 주방 식탁을 대충 치우고 나니 자유시간이 문턱까지 와있다. 이런.


딸아이 수학 교육서를 읽을까 하다가 도전하기로 한 글쓰기를 우선순위로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름 뿌듯함이 가득하다. 아직 작가가 아니라 서랍에 저장될 글이지만 그래도 쭈욱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어제까진 꽤 추웠던 것 같은데 오늘은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짧은 시간이니 만큼 정말 쭉쭉 써내려 본다. 기분 좋다.

퇴고를 할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지만 얼마 전 읽은 <글쓰기로 한 달에 100만 원 벌기>에서 작가님이 글을 잘 쓰려면 일단 어떤 글이든 마무리를 짓는 습관이 중요하단다.

정말로 두 남자가 돌아올 시간이라 급히 마무리해야겠다.

꿀 같은 2시간의 선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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