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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Jan 14. 2022

붕새

장자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는 곤(鯤)이라는 엄청난 물고기가 붕(鵬)새로 변신하는 유명한 우화가 있다고 한다.


"북녘 바다에 곤이란 물고기가 있는데,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크다. 

곤이 새로 변하면 붕이라 한다. 

붕의 등은 넓이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솟구쳐 날아오르면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붕이 남녘 아득한 바다로 갈 땐 날갯짓에 3000리 파도가 일고, 

9만리 높이로 올라 여섯 달 동안 날아간다"


‘곤에서 붕으로’의 변신(鯤化爲鵬)이 나온다. 붕은 변신 이전의 곤처럼 크기가 수천 리나 되고 날개를 펼치면 하늘이 까맣게 변해버리는 새. 변신을 끝낸 붕새는 자신이 살던 북쪽 바다를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남쪽 바다(南冥)로 날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붕새가 워낙 크다 보니, 쉽게 남쪽으로 날아갈 수 없다. 

나뭇잎 배는 접시 물에도 떠다니지만

큰 배는 그것을 받칠 만한 물이 필요하듯

붕새가 날아가려면 그만큼 강한 바람이 있어야 한다. 

강한 바람이 생기기 위해선 붕새가 9만 리나 날아오를 공간이 필요하다. 

그만한 공간이 있어야 붕새가 큰 날개를 휘저을 수 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붕새는 남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에 평생 머무는 비둘기는 미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비행하려는 붕새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애써 가꾼 편한 공간을 벗어나려는 붕새의 행동을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비둘기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상징한다고 한다. 


매미나 새끼 비둘기들은 대붕을 비웃으며 말한다. 

뭣하러 힘들게 구만 리를 솟구쳐 올라서 그 먼 남쪽 바다로 가냐고...


"얄팍한 지식으로는 깊은 지혜를 헤아릴 수 없고

단명한 것은 장수한 것의 삶을 알 수 없다. 

하루살이 버섯은 초하루부터 그름까지의 한 달 시간을 알 수 없고

여름 한 철 사는 여치는 봄과 가을이 있는 일 년의 시간을 알 수 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드넓은 숲과 하늘을 보지 못한다. 


곤이 붕새로 변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살을 찢고 몸을 비트는 고통을 겪어야만 이뤄진다 한다. 


그러나, 이 변신에는 어떤 장애나 한계가 없다 한다. 

그리고, 변신을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한다. 


사람은 늘 무언가로부터 규제를 받는다. 


자유란 아주 소중한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

꿈꿀 수 있는 자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말할 수 있는 자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자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유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유

아픈 사람을 안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연민의 자유


정신적 자유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어느 선사는 말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추우면 껴입고, 졸리면 다리 펴고 잠자고, 

더우면 부채질하노라"


장자는 "도는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거미, 가라지, 기왓장, 똥, 오줌 속에도 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자유를 추구하고, 

현실의 벽을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기득권을 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통 큰 기부를 하는

용감한 행위를 한 사람들도 있다.


위험을 무릅쓴 결단의 순간,

하늘로 비상하는 대붕의 경지. 


붕새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마음껏 누리는 위대한 존재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세속의 삶(곤)에서 벗어나

영적 깨달음을 얻은 상태(붕)으로 거듭나

하늘나라(남쪽나라)로 가려고 하는 사람을 비유했다 한다. 


물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면 자기는 귀하고 상대방은 천하다 하나,

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면, 만물을 평등하게 볼 수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관점이다. 

인간은 와 하나가 됨으로써 자연에 따라 살아갈 수 있으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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