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

by 러블리김작가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 기초반에 다닐 때부터

내가 쓴 단막 드라마는 도용당했었다.

공주야 이야기를 쓴지 얼마 안 돼, 6개월 뒤에 kbs에서 단막으로 나왔으며,

방송작가협회 전문반에서 쓴 단막은 너*******,

야심차게 kbs낸 미니시리즈는 아***로...

설마 하며, 이런 얘기를 기성 작가(예능교양다큐멘터리드라마작가&예능작가 수상&제작사 대표)에게

말했더니, 도용당한 거라고 알려주더라.

미*****도 실은, 내가 쓴 이***랑 비슷한 설정이지만, 그건 저작권 등록을 해놔서,

아리까리하다.

나는 아*** 를 제작한 선생님을 만났을 때, 당당하게 내가 썼던 거라고 말했었다.

선생님은 나중에 내가 써서 이화여대에서 공개한 단막이

6개월 뒤에 kbs에서 라**로 나오자, 여주인공 설정, 장면 설정, 대사까지 똑같은 것을 보고,

처음에 내가 한 말을 믿었다. 그리고, "인성이 좋다"고 말하셨다.

홍작가님은 내 손을 잡으며, "넌 꼭 드라마 작가가 될거야"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쓰는 드라마는 남들보다 조금 앞선 작품들이었다 기존 장르를 바꿔버리는

그런 드라마였다

그래서 더 뺏긴 게 억울했다

그때는 숨이 막혀서 공황장애가 왔고, 도망가고 싶었기에...

그토록 원했던 60부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대표님들이 주셔도 할 수가 없었다.

20,30대 때, 너무 오랜 시간 놀지 못하고, 밥 먹고 쉬는 것까지 다 차단해가며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글에만, 방송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억울도 했지만,

내가 찾는 소재, 아이템이 꽤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보는 눈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큐작가로 아이템 찾는 눈을 키운 나로서는,

기존 드라마작가들보다, 신선한 시각으로 좋은 소재를 찾아온 것이다.

내가 수정하지 못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동안,

밥 먹고, 드라마만 쓴 작가들은, 그 간단한 아이디어에 뛰어난 기획력과 대사, 인간적인 이해를 더해

밥벌이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화나고 열도 받았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다.

사실 실력으로 놓고 보면,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했다.

어차피 나는 그 정도로까지 만들지 못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수정해서, 내 작품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던 작품이 번번히

도용당하면서 나는 의욕이 상실됐었다.


그랬다. 나는 다 뺏기고만 살아왔다.

나를 사랑하던 남자도, 내 자식같은 작품도...

왜냐하면 내 일은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나는 1년을 한 달처럼 살았다

매주 3일씩 밤새가며

누군가를 챙기고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였지만,

결국, 나는 누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너무 오랫동안 혼자 워커홀릭으로 일만 해온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랬다. 누구에게도, 내 깊은 내면이나 아픔을 보여주지 않았고,

겉도는 관계를 해온 것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과 멀어져있었다.


나는 방송작가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했고, 육아를 해야했기에

사실, 드라마는 나의 숨구멍이었다.

방송작가로 힘들 때마다, 내가 쉴 수 있는 릴렉스하며 쉬어갈 수 있는 숨구멍.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하나 쓰고나면, 수정도 못하고, 다시 방송판으로 뛰어들어

생계에 몰두해야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에는 내가 그토록 쓰고 싶던 드라마를 써서, 업그레이드 해보자.

드라마만 쓰다 보니, 마음 치유도 하고, 봉사도 하고, 너무 멀리까지 갔지만,

방송작가를 할 때는 너무 현실적이라,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제서야, 나는 다시 내가 쓰고 싶은 작품들을 하나 둘씩 정리하고 있다.

이번에는 절대 뺏기지 않기 위해,

철저한 보안 아래, 내 드라마 줄거리를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여주는 것.

나와 친해지는 것이다.


가끔 짜증이 나는 건, 아직도, 줄거리를 짜는 부분이다.

기억상실증이 한 번 오면서,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글재주를 한 번 잃어버려서

다시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되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버겁다.

글 쓰는 게 제일 쉬웠는데.

그러나,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외부에 의해 상처받은 트라우마도 치유하며,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드라마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힘들어도 조금만 더 집중해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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