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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콘텐츠

by 러블리김작가



예능, 교양, 뉴스, 다큐멘터리, 생방송 방송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보다 늘 반 보 앞서가는 것이다.

너무 빨리 가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


또한, <재미>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아이템을 서치하고,

그에 맞는 구성을 한 후,

섭외를 하고,

촬영구성안을 적고,

촬영을 하고,

방송 편집과 원고, 자막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요즘 방송을 보면,

정말 재미가 없다.


방송보다는, 유튜브에서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이

훨씬 더 실감나고, 재밌을 때가 많다.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까지도 재밌다.


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걸 싫어한다.

나는 말 잘하고, 재밌는 사람을 좋아한다.


10,20대 때에는, 뭐가 그리 재밌어서

깔깔 거리며 웃었을까.

그때는 사는 게 참 재밌었다.


그런데, 몇 년, 많이 울면서,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진 것 같다.


지금 내 상태가 그때 같다. 2007년도.

그 때 나는 왠만해서 잘 웃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까지 일한 작가들은 다 좋아한 편이었는데,

그 때 같이 일하는 작가언니들은 싫어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섭외를 다 떠넘기고, 연예인 관리까지 나한테 다 맡겨서

매주 핫한 연예인을 섭외하느냐고, 힘들었다.

예능에서, 아무리, 웃겨도, 언니들은 재밌다고 웃는데,

나는, 정말 무표정이었다.

다음 주에는 어떤 연예인을 섭외해야 하나, 늘 고민이었다.

(구성프로그램은 아이템 찾기와 섭외가 제일 스트레스. 정말 싫으면서도 정말 잘 해야 하는 일

메인작가가 되면, 섭외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진다)

녹화 때, 그러고 있으니, mc들과 연예인들은 곤혹이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2007년도는 얼음 공주였다.

물론, 그 시간을 지나서는 다큐멘터리와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하게 되면서, 치유하고

잘 웃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나는 감정기복이 다른 것 같다.


오늘은 디에이치TheH 유튜버님의 영상을 보면서

깔깔 거리며 웃었다.

조곤조곤 팩폭을 하며 말하는데, 어찌 그렇게 재밌던지.


예전같으면, 원고 마감 날짜는 죽어도 지키던 나였는데,

세상사 아무 것도 관심 없는 사람처럼...


영진샘의 마감 날짜 때문에 억지로라도,

시간 맞춰 뭐라도 써보려고,

과거에 방송했던 에피소드를 정리해보고 있는데,

아,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싶다.

내가 해놓고도, 어떻게 그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나.

감탄한다.


쌓여진 경험치가 있으니

과거보다 지금이 더 나아야할 텐데

나아지고 있는 거 맞겠지.


구름 위에서 내려와, 세상을 보고 있으니

세상의 장막을 거두고, 진실을 보고 있으니.

마법이 아니라, 현실을 보고 있으니.


그런데, 내가 꿈꾼 건, 마법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한 행복, 평범한 현실.

내가 꿈꾼 건, 그런 거였는데...


남들은, 방송사 하면, 연예인 많이 보고,

꿈나라 얘기하듯 신기해하지만,

나는, 그런 게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

나는, 방송사에 너무 오래 있어서,

방송도 순수하고 깨끗하게 일해서, 뒷얘기도 모른다.

그보다, 세상 사람들 사는 게 더 궁금하고, 더 신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 그냥 그래.

무념무상. 초월의 단계.


에고의 집착이 없어진 게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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