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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04. 2022

영화 감독이 되는 법

봉준호

* 잡칼럼니스트, 올리브에서 발췌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시상식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을 휩쓸며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걸 몸소 증명했다. 


[가정환경의 중요성]

봉 감독의 가정환경, 가족 일화가 많이 공개된 게 아니지만,

예술가 집안이라는 특성은 그가 영화감독의 길을 걷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아버지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 어머니 소설가 구보 박태원 둘째딸 박소영

형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봉준수, 누나 패션디자이너 봉지희, 

이런 봉준호의 가족은 예술적, 탐구적 성향이 드러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어린 시절 조용한 성격으로 공부를 잘했으며

그림, 문학, 음악을 모두 좋아했다. 

당시 DVD, 블루레이가 잘 발달되지 않아 TV편성표를 참고하며 영화를 많이 봤다고 한다.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중3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감독이 되겠다고 선언할 때 부모님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며 격려해주었다. 

정체성이 뚜렷한 직업을 가진 가족, 자녀의 꿈을 응원하는 분위기에

봉준호 감독이 왜 좋은 영화감독이 되었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진로는 선천적으로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쪽이 좋고

고난을 겪는 것보다 응원을 받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싶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으로 입학한 봉준호는 꾸준히 무엇인가 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그림은 교내 신문에 만화로 연재되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 노란문이라는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다니면서도 단편 영화를 꾸준히 제작했고

5년 간 충무로에서 조연출과 각본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당시 월급이 너무 작아서 쌀을 얻어본 적도 있었다. 

예술은 언제나 모 아니면 도, 배고픈 것이다. 


봉준호는 작품 속에서 사회비판이나 계급에 관한 주제에 천착했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려움이 되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행동했고, 결과물로 만들어냈다. 


1993년 백색인

1994 프레임 속의 기억들

1994 지리멸렬

2003 싱크&라이즈

2004 인플루엔자

2008 흔들리는 도쿄

2011 이키 


장편 영화

2000 플란다스의 개

2003 살인의 추억

2006 괴물

2009 마더

2013 설국열차

2017 옥자

2019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계급과 사회비판에 천착했으면서도 

웃음을 추구했다. 

진지한 주제를 무거운 분위기로 받아들이는 강박관념을 싫어했다고 하며

그 정신을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첫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1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지만

두 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에서 5백 만명을 동원하며 그가 실력 있는 감독이라는 걸 

세상에 증명했다. 


2013 기획에 들어간 기생충으로 영화계 최고 권위상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가장 세계적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앙상블상, 바프타상, 오스카상 등 전 세계에 권위있는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투자자-감독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려면 본인이 강력한 시나리오를 쓰면 됩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하드디스크를 부숴버리고 싶을 만큼 시나리오가 쓰기 싫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권하는 이유는


1. 미국처럼 전문적인 시나리오 업계가 형성되지 않은 한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에서는

감독이 자기가 원하는 연출을 하기 위해 직접 시나리오를 쓸 수 밖에 없다. 

2. 이론서에는 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고

스스로 비판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해야만 진짜 자기만의 색깔이 나올 수 있다. 


[하고 싶은 게 아니면 왜 해요, 이 일을?]


봉준호감독이 한 말이다. 


하고 싶은 게 아니면 왜 할까, 그 일을.

그가 말하는 진로와 직업은 그런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고

인정까지 받을 수 있는 것 말이다. 


자신을 오롯이 투영할 수 있는 길에 매진하자. 


당신은 무엇이 하고 싶은가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것이 당신의 진로이며 직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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