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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05. 2022

작가 스토리&박경리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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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을 할 때 나는, 일주일에 기본으로 3일은 밤샘근무를 했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을 잠을 안 자고 꼬박 새며 편집과 원고를 넘기고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잠을 잤기 때문에

요즘처럼, 밤을 새지 않는 일상이 낯설다. 


밤을 새지 않으면서 좋아진 건, 몸이다. 

밤을 새거나 방송 원고를 쓸 때마다

맹장을 떼거나 장염, 위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수액을 맞으면서

글을 쓰던 나는,

요즘 장기들이 많이 편해졌는지,

글 쓰다가 변기를 붙잡고 토하지 않는다. 


몸이 건강해야, 오래 좋을 글을 쓰고,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내 건강에 최대한 신경 쓰는 편이다. 


첫째로,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한다. 

둘째로, 밥을 잘 챙겨먹으려고 하고, 

영양제도 챙겨먹는다. 

셋째로, 스트레스를 최소한 하려고 한다. 

넷째, 운동


이 네 가지를 나는 잘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35살에 방송원고를 쓰다가 변기를 붙잡고

계속 토하는 일이 생기면서 

가족들이 암이 아니냐면서

방송일을 못하게 말리는 지경까지 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방송일을 계속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했다. 


요즘 밤을 새지 않기 시작하면서 

몇 시에 자건, 나의 기상 시간은 6시 7시로 바뀌었다. 


아침에 눈 뜨면,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대본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한가해보이지만, 머릿 속은 가장 분주하고

한가하지 않다. 


머릿 속으로 줄거리를 어떻게 쓸지, 씬을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한다. 


그래서 자리에 앉으면 써내려간다. 


작가에게는 글이 안 써질 때가 가장 고역이지만,

다행히도, 방송일 할 때보다, 더 잘 글이 빠르게 써지기 시작했다. 


작가에게 마감시간은 마법이다. 


마감시간만 되면, 안 써지던 글을 쭉쭉 써내려가니 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를 읽으며

나는, 내가 극복하려 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극복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거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작가가 26년이라는 세월을 바쳐, 집필한 책.

'토지'가 나에게 주는 울림을 본다.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서양작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작가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 중,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는 

뒤로 가면 갈수록,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 서사. 

가히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다. 


작가가 편애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한 많은 인물이다.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평생을 사랑하는 용이의 그림자로

머물러야 했던, 월선.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용이와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 복도 남편복, 자식복도 없는 외로운 신세지만

착한 심성으로 장터에 집을 장만해

가난한 가족에게 무료로 집 한 칸 내어주고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 밥을 먹인다. 

월선은 평생, 용이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월선이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여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용이의 자식, 홍이에게는 온전한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월선을 사랑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월선과 결혼하지 못한 용이.

사랑하는 월선이가 아닌, 강청댁과 결혼한다. 

강청댁, 임이네를 만나 함께 살지만,

결국 월선을 잊지 못해 강청댁과 임이네를 때린다. 


강청댁은, 자식을 낳지 못하고, 월선을 질투해 의부증에 걸렸고,

죽는 날까지 용이의 사랑을 얻지 못함을 한탄하며

용이를 미워하다가 죽는다. 

임이네는, 남편이 죽고, 재취로 용이와의 사이에서 홍이를 낳았지만,

애정없는 결혼, 껍데기만 남은 용이와 살아야했다. 


용이는, 마음으로 죽어가고 있던 거였다. 

자신의 마음이 완전히 죽었다고 느낀 다음에야, 월선이를 보러갈 수 있었다. 

오기가 대단하던 용이는

월선이를 버리지도 갖지도 못하면서

월선의 국밥집에 매달려 사는 것 같은 상황이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자 오욕이었을 것이다. 

화재 이후, 그는 새롭게 출발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최참판댁 최치수 살해에 연루된 사람은 총 3명

김평산, 귀녀, 칠성이. 칠성이의 아내가 임이네다. 

김평산의 아내 함안댁이 자살을 하고,

한복이가 마을을 떠나고

임이네도 아이 셋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한다. 


또한, 토지에는 최참판댁의 만석꾼 대가족을 이끌면서

연곡사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주지 동생인 동학군의 김재주에게

겁탈 당해 절에서 구천을 출산하고 많은 주민들과 함께 창궐한 호열자로 사망한 윤씨부인.


외동딸 최서희와 길상의 결혼 생활.


서로 부부의 정을 맺어 살던 남녀가 몸이 상해 둘 다 병이 들자,

친정엄마가 딸을 업고 친정으로 데려가는 장면도 나온다.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은

민중과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현실의 고달픈 인생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한풀이를 대신 해준다. 

수많은 인물들이 그 안에서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드러내며

인간의 욕망, 의지,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동학 혁명부터 일제의 침략과 신분질서,

개화, 독립 운동과 광복까지

한국 역사의 격동적인 세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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