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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Aug 11. 2022

고등학교, 외국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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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아주 작은 동네였다.

사람들도 모두 순수하고 순박했다. 

우리 학교에는 명문고로 소문난 고등학교가 있었다.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사람들만 시험볼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험을 앞두고,

친구와 100일 공부를 했었다. 

고3 때보다 치열하게 했을 거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내가 제일 좋았던 건, 그 학교의 회색 교복이었다. 

중학교 교복은 녹색 체크무늬라 너무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등학교 3년 내내, 내가 더 열심히 한 건,

독서였다. 


나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서 뭘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치열하게 독서를 했다. 

나는 문과를 선택했고,

당시 국어를 제일 좋아했는데

국어 외에도, 영어나 다른 언어 배우는 걸 참 좋아했다.

우리 학교는 영어 외에도, 불어를 가르쳐주었었다. 


수능을 보고 난 후 내가 가장 먼저 끊었던 학원은

중국어 학원이었다. 


당시에는, 국어도 굉장히 좋아했지만,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도 꽤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문법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으로

독해를 제일 좋아했다. 영어 시험 성적만 좋았지. 

외국어를 잘하진 못한다. 

대학교 때 영어 연극도 하고, 토익점수도 가까스로 넘겼지만,

정말, 나는 통째 외웠지. 실생활에서 외국인을 보면, 

바짝 얼어붙어 한 마디도 잘 못한다. (성격 탓이라는) 

(그래서 외국어 잘하는 사람을 제일 부러워한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당시 꽤 내성적이었던 탓도 있었던 거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국어만 잘한다.

사람들은 한국어가 굉장히 쉬운 줄 아는데,

한국어 문학 공부하기에도, 얼마나 빠듯한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나는 30년 동안 문학만 팠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제주도, 전라도, 경상도, 조선시대 말을 공부해야 할 때도 있다. 


방송원고를 쓰다 보면

예능, 교양, 뉴스, 다큐멘터리, 생방송에 맞춰

또, 프로그램 틀에 따라, 성격에 따라, 성우에 따라, 읽는 mc나 연예인의 톤에 따라,

대사와 톤도 다 바꿔줘야 한다. 


그러려면, 무조건 많이 보고 듣고 연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공부해야 할 게 끝없다. 

언어부터, 사람 이야기부터, 사람의 심리부터.

그러나, 하면 할수록 재밌는 게 문학이고,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밤을 책을 읽고, 고민하며 

그 글을 썼는지 안다면,

그냥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30년 째, 글만 쓰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글 쓰는 건 늘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 중 하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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