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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1. 2022

작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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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진교수님께 드라마를 배울 때,

드라마작가들은 "글 쓰느냐고 신발을 못 신는다"할 때,

방송작가로 방 한 칸을 꽉 채울 분량의 글을 써온 나는,

일주일에 60쪽씩, 앉아서 20쪽, 30쪽을 줄줄 쓰던 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나는,

신발을 못 신을 정도로 글을 쓰며 살 수 있나 싶었는데,


줄거리를 쓰고,

단막을 쓰고,

내 작품을 준비하며, 

정말, 글쓰기만으로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엄청 바쁘다. 


글이 잘 써지기 시작할 땐,

의식의 흐름이 끊길까봐

사람들도 안 만나고, 글과 아이에만 집중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처음 방송을 했을 때, '초심'이 떠올랐다. 

그 때 나는 오전 9시 30분에 사무실을 청소하고,

새벽 4시까지 쉬지도 않고, 일을 하면서...

방송일에 모든 걸 바쳤었다. 

방송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개인의 욕구, 개인 시간, 친구, 사랑, 모든 걸 포기하고, 

심지어, 잠을 자고 싶은 욕구와 체력의 한계까지 경험하며,

아주 적은 돈을 받고,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는다. 방송에.

그렇게 막내시절을,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입봉을 해서,

서브에서 메인작가까지.

쉴 틈도 없이, 흘러간다. 


마치 응급실의 환자를 돌보듯,

방송일이라는 게 그렇다. 

쉴 틈 없이, 방송이 제일 먼저.

첫 번째 순위로 돌아간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

그냥. 전쟁터에서 전쟁 같은 하루 하루를

그 속에서 일하고 시간 나면 쓰러져 쉬고

그런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이제야, 나는, 방송 원고, 방송 시간에 맞춰서가 아닌

내 마음, 나에게 맞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다시, 또. 내가 아닌, 시청자에게 맞추는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나는 결심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나는, 그동안 생각도 감정도 죽이고,

오로지 가족, 타인만을 위해 살았다. 

내 생각, 내 감정이 아프고 다치는 줄도 모르고...

피가 철철 나는데도,

타인의 상처를 봉합해주기 바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심장이 수차례 찔린 나를, 스스로

보듬어주고, 보살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있다.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

나를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한 건 밉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었고, 존경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누구보다,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을 보여줘서 너무 고맙다.


덕분에, 나는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전보다 더 따뜻한 감성으로.


좋은 글을 쓰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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