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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5. 2022

사람이 있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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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있을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 역할을 하고,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사람이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곳에 있으면,

여기 저기에서 아닌 얘기를 듣고, 탈이 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사람들로 인해 망가지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있을 자리에 가서 서 있어야 한다.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발전할 수 있다. 


다른 곳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면,

소통도 되지 않을 뿐더러, 

점차 각자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서로가 외로워진다. 


그래서, 자신이 있을 자리,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더 자주 소통하고 대화하고, 얼굴 보며 사는 게 

덜 외로운 방법이다. 


요즘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돌보고, 

나처럼 글을 쓰는 작가언니들이나, 

여자친구들과 통화하며

글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 친구들 중에, 꿈이 없던 친구가, 꿈이 생겼다. 

웹툰 작가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도, 어제, 웹툰 작가를 하고 싶다길래,

그럴 거면 드라마 작가를 하라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드라마 쓰면, 너도 와서 같이 작업하자고.


그동안, 방송작가로 살면서, 마음이 많이 다쳐서

절필 선언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같이 드라마 공부를 하면서 만났거나 방송작가를 하면서 만난

드라마를 쓰는 소수의 몇몇 작가들이나 현직 드라마 작가들과 통화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피디 선생님께 매일 응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응원의 힘으로, 내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각자 글을 쓰기 바쁘니까 따로 만나지는 못해도

글 쓰는 애환이나, 시나리오 쓰는 법, 

줄거리가 막힐 때, 책 얘기, 작가 얘기, 

드라마 원고료 얘기, 방송 돌아가는 얘기 등을 한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글 쓰는 애환 얘기만 해도,

속풀이가 된다. 


글을 쓰면서 가장 힘든 건, 

사람을 참 좋아하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걸 꾹꾹 참고,

아침이고 밤이고 앉아서,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걸 녹여 쓰는 시간이다. 

방송작가일을 오래 했기에,

스스로 훈련이 되어 있어서,

철저하게 글만 쓰는 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하게 되지만

여전히 쉽지 만은 않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글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를 가두고, 

글을 쓰는 훈련을 한다. 

남들이 오해를 하든,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30년 동안 책을 읽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글을 써왔다. 


나는 원래 늘 같은 모습인데도, 

사람들이란, 내 모습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쉽게 변한다. 

나는 사람들의 그런 속성을 일찌감치 파악했기 때문에

남의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이다. 


게다가, 나는 육아도 병행해야 하기에,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보고 챙기고, 얘기를 들어주며

아이가 잘 클 수 있게, 돌보고 살펴야 한다. 

남들이 뭐라하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부터 챙기고,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어른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지만,

아이는 부모가 돌봐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이 나오고, 내 일에 대한 완성도가 높아지면

그 때서야, 사람들은 알아주기 마련이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남모르는 시간, 남몰래

누구보다 치열하게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며 

글실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건,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결과만을 놓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나를 보아온 가족,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편안한 건,

이미 나의 성공도, 살아온 모습도 다 보았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로 보아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 친구들도 처음부터 진짜 내 모습을 알았던 건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고, 가장 편안할 수 있다. 

남들이 내게 기대하는 직업이나 꿈은,

남들의 바람일 뿐이다. 

남들의 바람을 내가 채워줄 이유도 없고,

채워줄 수도 없다. 

설령, 내가 해낸다 해도, 그들은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결핍, 기본욕구, 높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고

그걸 채워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자신에게 그걸 채워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얼마나 잘났든 간에,

비난하고 실망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해내든, 못해내든,

자신의 마음 속에 안정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응원을 해준다. 

실패해도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지금 이 시간이 지나가면, 좋은 날이 분명 올 거야. 


그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들은,

자신이 아파봤기에, 자신이 힘들어봤기에,

상대에게 해주면서,

자기 자신에게 해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일어나고 잘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하고,

저 사람이 잘 되는데 내가 도움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속성.


자신이 가야할 길을, 훈련 없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천천히지만,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가서, 

끝내 자신의 가야할 길의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후자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되게 쉽게 방송작가로 꿈을 이룬 듯 보였겠지만,

나는 후자가 맞다. 

매일 매일, 매 순간 순간도 놓치지 않고, 

머릿 속에 마음 속에 다 기억하며,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내가 그 작가의 길을 접고자 했을 때는

쉽게 접은 게 아니다. 

나는 28년을 매일, 작가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아끼고 소중히 대하며

하루 하루를 최선 다해 살다가,

작가 일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 정말 멘붕의 상황에 왔을 때,

어렵게,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모진 일을 다 겪고,

어렵게, 접었다. 

이유는, 나는 모든 사람을 좋게 보려 하는 긍정적 성향과

모든 사람을 잘 되게 하려는 교육자적 성향이 있어서,

내 희생과 삶을 갈아넣어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였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만난, 피디나 출연자분들은,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중에 최고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내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고,

내가 실수해도, 자신이 더 채워주고, 감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힘든 얘길 해도,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주고 응원해주고

작가로 아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으니,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다시 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30년 동안, 쉬지 않고, 한 가지 꿈을 위해 앞으로 왔던 것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가겠다 다시, 마음 먹은 것 뿐이다. 


나에게 왔던, 행운들과 귀한 인생들, 귀한 삶을,

나는, 타인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 발 한 발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려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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