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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30. 2022

당신이 행복하게 살길



우리 아버지는 20년 가까이

한 주도 빠짐없이 성당에서 봉사를 하고 계신다

레지오 회장부터 지금은 연령회 총무까지.

그 중에서 가장 힘든 봉사가

연령회인 것 같다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아버지께서 신부님과 함께 죽은 신자들

장례를 치뤄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하지 말라해도

아빠는 종교인으로 그만 둘 수 없다며

신앙생활에 헌신하고 계신다

나는 고맙기도 하지만

때때로 힘들어보이는 아빠가 걱정이 된다


나는 대학교 4학년 2학기때부터

방송작가로 취업해 일을 시작했었다

매일 하루 4시간 자며 일을 했었는데

3일 동안 테입 100개를 프리뷰 해놓고

맹장이 터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몸에 칼 대기 싫다고

수술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

수술을 안 받으면 죽는다고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티 안 나게 해주신다고 설득해서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부모님께서 나를 보러 급하게 오시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세 바퀴를 굴렀었다

다행히 나도 부모님도 살았다


아버지는 그 날 이후로 성당을 가서

세례를 받고, 봉사활동을 시작하셨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엄마도 아빠도 나도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 기도 하며

열심히 버텼다


며칠 전에 아버지께서 연령회 봉사를 다녀오시면서 우리 성당에서

스무 살짜리 여자아이가 자살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봉사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던 친구라 했다


만약 그 사람이 죽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 얘기를 들어주었다면

죽지 말고 꼭 살으라고 얘기해줬다면

그런 비극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꽃다운 아름다운 소녀가 별이 되었다

살았으면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행복했을 한 아이가 갔다


대한민국은 자살 1위 국가다


이 비극을,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을까


죽을 용기로 살고,

살려는 용기로 다른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을 돕고 살리며

자신을 살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그 어떤 것도, 죽을 일은 없다


그 어떤 사람도,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게 살아주길

당신은 행복하게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그 어떤 사람도,

불행하게 살아야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그 어떤 일이 있었건

그 어떤 아픔이 있었건

누구나 다 행복하려고 태어난 거라고

그러니, 살아서 행복하게 살라고...

모든 이에게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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