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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30. 2022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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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건방졌지.


어릴 적,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게 빛을 주고, 

나를 살리고 살린 사람들이

책과 작가님들이었는데,

작가가 하기 싫다니, 너무 건방졌지.


그 덕분에 살아있고,

그 덕분에 작가가 되길 꿈꿨고,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은 은총을 받았고,

많은 것들을 받았으면서,


내가 힘든 것들,

내가 아픈 것만 생각했으니,

너무 건방졌지.


조정래작가님의 '아리랑'을 읽고 있다. 

작가님의 글들이, 문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읽는 내내 황홀한 행복을 느낀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감사함을 느낀다. 


매일, 눈 뜨면, 잠들 때까지

이 시간까지 책을 손에 쥐고 놓지 못해서

시력이 0.1까지 떨어졌었다. 

점점 앞이 안 보여서 안경을 썼는데,

안과선생님이 책 좀 그만 읽으라 하셨었다. 

(2015년도에 스마일라식수술을 해서,

지금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본다. 

산과 바다가 아름답다는 걸 처음 보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안경을 쓰지 않거나, 

렌즈를 끼지 않으면 

시력이 나빠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선명히 사람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때론 후회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책이 좋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살았다. 

앞이 안 보여도,

책을 못 읽게 하는 것이 더 괴로웠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아서, 한참을 떠들었다. 

그 책에 대해, 그 작가에 대해서.


나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평생 책읽고 글쓰고 사는 게 내 꿈이었고,

그 중에서도 글을 쓰는 것보다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했다. 

아직 읽지 못한 수많은 책을 읽고 싶다.

읽을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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