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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Sep 12. 2022

다툼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늘 내가 하는 일이 먼저였다

왜냐하면 제작진은 많아도

결국 시청자의 니즈를 찾아내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 아이템 아이디어

대본을 쓰는 사람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이템부터 출연자 대본 톤까지

어떤 사람을 출연시켜야 할지

대본은 어떻게 써야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지

그 점을 고민하고 쓰는 건 작가다

그래서 방송사에서는

작가들의 연차가 오를 수록

작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어준다

사소한 말 실수 하나만 해도

출연자 입장에서는 엄청 크게 받아들이고

난리가 나기도 한다

살얼음판 같은 곳이 방송사다

늘 초긴장으로 살 수 밖에 없고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것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잘못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살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선택을 해도

멈추거나 되돌아오지 못하고

돌아보거나 생각할 여유가 늘 없었다

그대로 덮고 쭉 가기도 했다

내 마음 내가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좀 더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


나는 엄청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이지만

또 남자처럼 털털한 구석도 있는 사람이다

늘 초긍정으로 생각하고 살고

한 번 정하면 이리저리 재지 않고

앞으로 쭉 가는 성격인지라

나나 상대의 섬세한 감정들을 놓치고 살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더 내가 솔직했다면 더 좋았을걸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표현하고

그 사람 옆에 더 있어주고

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나갔다면 더 좋았을걸

이란 생각을 한다


내 머릿 속에는 온통 시청자밖에 없었다

방송을 하면 기본적으로

매주 660만 명의 시청자가

내 방송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니즈를 찾고

그 니즈에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20대 30대를 지나면서

남들은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며

겪는 일들

그러면서 성숙해지고 사람이 발전하는 건데

나는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다

거의 내가 다 맞추고 져주고 살았다

싸움을 워낙 싫어해서 싸우면

그냥 져주었다


그러나 나는 상대가 오해하거나 의심할 때

싸웠어야 했다

그래야 상대도 오해나 의심을 풀었을 텐데

그게 나와 상대를 위한 것인데

오해와 의심을 하도록 내버려둔 건 아닐까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도 없는 일을

괴롭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더 솔직했다면

그때 그때 내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했다면

좋았을걸

그러지 못해 상대를 더 서운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속상하게 한 건 아닐지.

상대랑 싸우기 싫어서

상대를 너무 소중히 생각해서

정작 나를 소중히 대하지 못했다

혹여 내 말에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좋게 말하려 노력해온 게

오히려 오해와 상처를 준 건 아닐까

쿨한 사람도 아닌데 쿨하다 오해 받게 한 건 아닐까 싶다

상대가 나를 오해하고 의심하거나

싸움이 있으면 그냥 피해버리거나

마음을 접고 정리를 해왔던 게

나의 가장 큰 단점인 것 같다


그래도 그런 단점을 한 번은

고친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내가 지쳐버렸다


싸우고 고쳐서 변화시키는 만남은

좋지 않았다


뭐든 강요하지 않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강물과 같아서

상대에게 내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은 상대의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는 거다

헤집으면 흙탕물이 되지만

가라앉으면 깨끗해진다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자유와 여유가 있어야 하고

선택의 자유 또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 관계는 편안해야 한다

그 속에 행복이 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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