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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Sep 14. 2022

사람의 마음



우리 아빠 주위에는 아빠한테 잘해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돈이 많건 적건 아빠에게 흠뻑 빠진

아저씨들이 많다

남녀 노소 성별 불문하고 아빠를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외로워했다

나는 아빠를 더 사랑했지만

외로워하는 엄마 옆에 있어줘야 했다

엄마 하소연을 들어주고

옆에서 지켜주고 챙겨줘야 했다

그런 엄마는 나와 아빠를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일편단심 열심히 살았다


엄마는 나를 보고 너는 나를 닮았다 하고

아빠는 나를 보고 자신을 닮았다 한다


나는 엄마 아빠의 두 모습이 다 공존했다

그러나 천성은 아빠에 더 가깝고

누군가를 만나면 엄마처럼 헌신한다


40년이 지난 이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하소연 그만하고

아빠만 바라보고 아빠한테만 집착하지 말고

엄마를 위해 살아

엄마가 좋아하는 일 하고

밖에 나가 사람들도 만나고 놀고

티비 그만 보고

일만 하지 말고 좀 쉬어.

이제 엄마를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해줘

엄마가 사랑받지 못했다 생각하지 말고

나랑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참아주고

이해해주고 지켜주고 사랑해줬는지

좀 봐봐


나 역시 엄마처럼 한 사람만

보고 살았는지 모른다

한 사람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고...

그러나 마음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줘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이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나와 아빠를 본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로

자신이기보다 밖에서 담당자로 살던 엄마는

어느 새 집안에서도 군인처럼 행동했다

본인을 쉬지 못하고 닥달하던 엄마는

타인도 쉬지 못하게 하고 닥달했다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

타인을 피곤하게 했다

늘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해야돼 했지만

그 안에 행복한 미래는 없었다


나는 아빠처럼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넓지만

엄마처럼 일에 있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아빠가 많은 사람들을 품어주는 것처럼

나도 많은 사람을 품어주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집은 집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집은 편안해야 한다고,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내가 엄마의 잔소리와 억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내가 힘들어도 참고

내가 더 짐을 떠맡으려 하고

내가 더 이해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인간 관계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봐야 한다는 것

상대가 싫다 하면

내가 한 번 마음 주었다 해서

계속 일편단심하는 게 아니라

나도 정을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상대가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이 많다면

내 얘기 내 말을 듣지 않고

나를 시기질투하고 이간질하고

곤란에 빠뜨리는 사람들 말을 들어서

원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씌워서

보고 있다면

그건 나와 인연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상대 눈에

내가 부족하고 못나고 마음에 안 들기만 한다면

그건 상대가 나를 싫어함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왜 처음과 달라졌냐고

왜 마음이 달라졌냐고

나는 일편단심이고

당신만 보는데 당신은 왜 다른 곳을 보냐고

나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주구장창 내 정신이 망가져가고

내가 괴로우면서까지

그 관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상대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내가 말한 걸 허투로 듣지 않고

내가 한 작은 말도 기억해서

우리의 관계를 위해 노력해주고 있다면

그런 사람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사람이고

귀한 사람이다

설령 그 사람도 나를 오해하고 의심해

괴롭히고

나 역시 그 사람을 오해해 의심하고 괴롭혀도

마음이 상대를 향해 있다면

그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마음이 만나게 되어

가면을 벗고

진짜 모습을 드러내며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진짜 살고 싶던 대로 살 수 있는

진실된 마음을 나누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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