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한 길 외에는, 곁눈도, 옆눈도 주지 않고,
옆 길로 새지도 않고, 오로지 한 길만 파온 내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다.
세상이 다 궁금하고 재밌고, 사람들이 좋다.
나는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감독님도 만나, 메인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또,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님께서 매일, 힘들어할 나를 위해
성경말씀을 보내주신다.
그런데, 23살부터 글 속에 파뭍혀
나의 추억도 하나 없이 살아온 내가,
또 글 속에 파뭍혀 살아갈 생각을 하니,
나는, 조금만 더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졌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일욕심이 워낙 많은 나는
빨리 일하고 싶고, 들어온 일들을 마구마구 처리하고 싶지만,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를 위해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고자,
나는 멈추고, 쉬고, 방향을 틀며,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까지 23살 때부터 20대, 30대 추억 하나 없이
하루 4시간 자고 일주일 3일 밤새가며, 목숨 걸고 쌓아온 경력인데,
다른 일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요즘에는 라이브커머스가 유행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첫 글쓰기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그곳에서는 여러 자격증도 딸 수 있고,
전문 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부터 나는, 제작사를 차리거나,
나만의 작은 북카페나 서점, 아니면, 교육콘텐츠.
기존의 없었던 나만의 창의적인 문화교육콘텐츠를 담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했다.
우리 동네 가까이에.
더 나이가 들면, 배울 수도 없을 것이다.
내 작은 가게가 있다면,
언제나 사람들이 내 가게에 올 것이다.
작품이 끝나도 그곳에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글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얼굴 보고, 감정을 느끼며,
그렇게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그동안, 너무 힘들기만 했던,
말도 못하게 참지 말아야할 것을,
너무 오래 참은 나에게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학으로 전국에서 글짓기대회에서 1등을 하고,
방송작가를 해온 내가,
정서적으로는 누구보다 금수저인 내가,
정서적으로 결핍되어, 힘든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폭언, 폭력, 누군가를 미워하고 물어뜯는 일이 반복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와 용기, 희망을 건네며
악당하고는 용감하게 싸우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쓰는 일은 아주 외로운 직업이다.
나는 혼자 글쓰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방송사는 너무 멀었기에,
아이를 낳고 나서 재택으로 근무하면서부터는,
나는 더 외로웠었다.
써야할 글은 늘 무수히 많아서 밤새 글을 수정수정해야했고,
말이 안 통하는 아이랑 놀아주느랴
나는 아이가 말이 통하는 10세가 되기 전까지
10년을 입을 꾹 다물고 살았다.
어디에 내 힘든 걸 말할 수도 말할 데도 없었다.
아이는 말한다.
"엄마 말 안 통하는 아기 키우느랴, 힘들었지?"
"어"
그런데, 이제 너가 엄마랑 말이 통해서 엄마는, 살 것 같단다.
너랑 대화할 때가 가장 즐거워. 엄마는.
나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낳은 아이를
지금까지 혼자 키워왔다.
친정부모님과 성당 신부님, 주일학교 샘들,
방송사분들이, 육아에 도움을 주었다.
참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는데
이제 나는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고 외로웠던 날들
울면서 그 외로움을 달래던 날들.
그 무수한 외로움의 시간을 지나서,
이제는, 그런 고독마저 사랑할 만큼,
내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많이 달라졌다.
나와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더 열심히 살게 되었고,
다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법도 배웠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봉사하며
사랑을 나누고,
진짜 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나를 죽인,
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아주는 사람을 만나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아주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 발자국도 뛰어넘지 못한 허들을 뛰어넘어보기도 했다.
나는 16년 만에야,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
왜 죽었는지도 이유를 알게 됐다.
싫은 걸 그렇게 참고 살았으니.
내가 그게 죽도록 싫은 건지도 모르고 살았으니.
다시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났다.
살아있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다.
너무 늦게 찾은 내 진짜 인생이지만,
이제서야 처음으로 살아보는 내 진짜 인생.
축복받은 인생이 되길.
얼룩지고, 다치고, 상처받는 하루 하루가 아니라,
매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하루 하루가 되길.
남은 날들은 그러하길.
하늘에 바래본다.
앞으로, 나와 아이가 더 행복해지길 기도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