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오래 방송작가일을 했는데
최근에는 아이들 교안 쓰는 게
더 익숙하다
마치 작가를 할 때의 나와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만 같다
만약 그 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방송작가일을 계속 했었을까
아마, 선생님을 하거나
소설을 쓰거나
드라마를 쓰거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주부로만 살거나
아니면 그 일이 아니었으면
방송작가로 더 빨리 더 크게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너무 힘들고 아픈
슬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
그래도 방송이 있어 나를 버티게 했고
그 속에서 많은 위로와 치유를 받았고
원래 내 모습으로 당당히 살 수 있었지만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긴장되고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했다
방송원고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관찰자로서의 나를
유지시킨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는
조금 더 나의 감정을 알게 해주지만
그도 내가 원하던 삶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다
왜냐하면 원하는 한 가지가 빠져있어서
세상에는 돈 지위보다 중요한 게 너무 많다
그건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소중한 사람과 발 맞춰 함께 걸어가는 삶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비우고 내려놓을 수 있다
사람들은 진심이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냐고
이상하다고 오히려 치부하지만
나는 여전히 진심이 중요하다
변치않는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