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방송작가가 아니다
서럽던 막내작가시절을 거쳐
메인작가가 되기까지
한 곳에서 묵묵히 내 자리를 지켰다
모두가 나를 존중하고,
최고의 대우, 존경을 해주던
그런 방송작가가 아니다
그곳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방송작가로
대우하고 존경해주지만
나는 어딜 가나 있는 그대로
어디에 있나 내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사랑받길 원한다
그리고 이 세상 밖을 구경하고 난 뒤에
이번에는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드라마로 나오게 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나는 이제 우물 안 방송작가가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알게 된 작가다
나를 가두던 위치에서 내 발로, 내 스스로
걸어내려왔다
여왕의 자리에서 내려오니
세상 밖 사람들은 아옹다옹 재밌게도
살고 있었다
그 다툼까지도 부러웠다
나는 작가이기 전에
나로 세상을 만나기 위해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는 날 것 그대로의 세상
날 것 그대로의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있던 천국과 다른 세상
화나고 짜증내는 감정을 삭히고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던 그런 세상이 아니라
화나고 짜증나고 좋고 기쁜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표현하는
그런 세상을 만나고 있다
그 속에서 감사함과 즐거움도 느끼고
배신감과 속상함도 느끼고
행복도 슬픔도 느낀다
사람에게 있어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감정이란 곧 나를 말한다
그래서 감정은 속이지 못한다
돈 명예 인기 사랑 모두 가져보았고
사람 때문에 산전수전공중전도 겪어보았다
사람 하나 잘못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사람 한 명만 잘못 만난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비일비재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했다
그것은 상처받은 치유되지 않은
그런 아픈 사람들을 뜻한다
아픈 사람들은 본인이 아프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가진 자 있는 자에게
무언가를 뺏는 게
그들의 양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 상처내고
타인에게 상처준다
본인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다
지위 돈 명예 인기 다 쓸모없다
이 중 가장 필요한 건
오직 사랑 뿐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 용서 그리고 이해
가장 소중한 건,
마음이라는 걸 깨닫는다
내 마음을 지키는 것
내 몸을 지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또 있을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좋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좋다
밝고 긍정적이고 쿨하고
건강한 그런 사람들이 좋다
그럼에도 아픔을 알고 이해하는
아픔을 알고 안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는 예쁜 꽃으로 피워났고
내가 꽃으로 있는 동안
나를 지키기 위해 잎에 온갖 상처가 났다
이제 내가 지켜줄 차례다
나를 보호하고 지킨 사람들을
그리고 내가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사람들을
어린이 여성 남성 노인
남녀노소 연령불문
선하고 악한 사람 그 기준은 없더라
선한 행동 말
악한 행동 말만 있을 뿐이더라
그럼에도 잘못하는 사람은 있고
노력으로 끝까지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