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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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김작가

<김은숙작가님>

모든 꿈은 돈으로 통하고

행복은 성공 순이라고들 말한다.

정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으로서의 미덕과 가치들은

쉽게 외면하고 지낸다.


약자의 죽음은 은폐되고 강자의 독식은 합리화되며

비겁하게 타협한 자의 출세는 지혜롭다 칭송받고

의롭게 저항한 자의 몰락은 무모하다 폄하당하는

탐욕이 선이라 말함에 이제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 세상에

영웅이 필요하다


진짜 영웅이 필요하다


돈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되

돈의 노예로 살기를 거부하며


힘의 권위를 명예롭게 지키되

부당한 힘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으며


성공을 향해 전력을 다하되

성공의 자리에는 더 큰 책임의 무게가 따름을 항상 명심하고


다른 이의 즐거움에 크게 웃어줄 수 있고

작은 아픔도 함께 울고 안아줄 수 있는.


유치원 때 이미 다 배워 알지만

점점 잊고 지냈던 우리 마음 속 진짜 영웅을 만나고 싶다


군대에도 병원 있죠?

여기로 와도 됩니까

여기 안 멀어요?

멀어요. 매일 와도 됩니까?


주치의 해주는 겁니까?

상처 소독하는데 주치의가 중요해요?

중요하죠. 특히, 주치의의 미모.

주치의 선택 기준이 미모라면 더 나은 선택은 없어요.


내 생각 했어요?

했죠. 그럼 유시진씨는요?

난 많이 했죠. 남자답게.


저는 군인입니다.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론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 해도 저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 강 선생과 강선생 가족, 그 가족의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지위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하노라.


저도 신기해죽겠어요.

또 모르죠.

이 인생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패대기쳐질지.


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12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

생명을 위해 싸우는 거. 그런데 유시진씨의 싸움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거네요.


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것 같네요.

이해합니다.

가보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잘가요.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부딪히나 봅니다.


근데 이 배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홀려서

아름다운 것에 홀리면 이렇게 되죠

홀려본 적 있어요?

있죠.

알텐데

그러고보니 아직 대답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잘 지냈어요? 여전히 섹시합니까? 수술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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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지 말까봐요. 그냥 둘까봐요.

내가 이 사람을 살리는 건,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일일지도 모르잖아요.


이 환자 살릴 수 있습니까?

복잡한 얘기는 됐고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해요.

의사로서, 대답해요.

살릴 수 있어요.

그럼, 살려요.


당신은 당신이 지켜야할 것을 지켜.

의사는 환자를 살리고,

우리는 우리가 지킬 것을 지킨다.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야.

그게 무슨 뜻이냐면 너같은 새끼도 위험에 처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구해내는 게 국가라고.

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으니까.

정 그렇게 서류 구하는 게 급하면, 가서 직접 파.

하, 기가 막혀서 진짜, 너 지금 큰 실수하는 거야.

그럼 고맙고,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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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boss is smart, funny,....and mysterious”

“.......”

“and one day.... he will never com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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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해요.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요.

나 믿죠? 절대 움직이지 마요


이건 잊어요.


당신 때문에 아닙니다.

내가 여자 하나 구하자고 그런 줄 압니까


한국에서 처음 만난 날

내 몸에 있던 총상 기억합니까

특전사 소대장으로 첫 부임하던 날

한 선배가 그럽니다.

군인은 늘 수의를 입고 산다.

이름 모를 전선에서 조국을 위해 죽어갈 때

그 자리가 무덤이 되고 군복은 수의가 된다.

군복은 그만한 각오로 입어야 한다.

그만한 각오로 군복을 입었으면

매 순간 명예로워라. 안 그럴 이유가 없다.


난 그 선배에게 목숨을 빚졌습니다.

그 총상 그 때 입은 총상입니다.

크던 작던 내가 하는 모든 결정엔,

전우들의 명예와 영광과 사명감이 포함된단 이야기입니다.

그 때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난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결정을 한 거고,

내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법을 어긴 사실이 무마될 수는 없습니다. 군 문제는 군에서 알아서 합니다.

그러니까 강선생은 좀, 내버려둡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군인이 됐어요?

누군간 군인이 돼야 하니까요.

내 직업이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그래서 혼자 복잡한 거고.

얼마나 투철한 애국심이면 목숨을 거나 해서요.

애국심이 뭔데요.

나라를 사랑하고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하고

그런 건 왜 군인만 해야 합니까

강선생이 말하는 애국심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길거리에서 담배피는 고딩들을 보면 무섭긴 하지만

한 소리 할 수 있는 용기,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겁니다.


나도 하나 물어봅시다.

내가 군인이 아니라 평범한 재벌 2세 였다면

우린 좀 쉬웠습니까

아니요, 그건 너무 평범해서

그쵸? 잘생긴을 빼먹고 평범하게 물었네요. 제가.


잘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엉망으로 뭐라도 하거나

아무 것도 안하고 죽게 하거나

하나밖에 할 게 없어요.

징징거릴 시간은 더더욱 없고.


나 봐요 강선생

내 눈 봐요

나 믿고, 내 손 꼭 잡고

잠깐만 눈 감고 있어요.

내가 꼭 구해줄게요. 약속해요.

브레이크에서 발 떼요.


지금 나 신경써주는 겁니까

써야죠. 생명의 은인인데

목숨 정돈 구해줘야 신경쓰네. 이 여잔.

근데 아까 나 구하려고 본인 목숨을 건 건 알아요?

살려달라면서요.



오늘 나 구해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이상한 짓은 안 돼요.

알았어요. 단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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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해요 나한테...난 당신이 하는 모든 말들이 중요해

알아요 그치만.....총을 온 몸으로 막아서는 사람에게 할 수는 없어요...

나랑....헤어지고 싶습니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


지구 반바퀴 인연은 어쩌고. 다시 보니 별로야?

아니 최고였어.

사과받지 말걸. 달려가 잡을걸.

고백할 걸.

그 모든 기회를 놓치는 내가

그 사람은 얼마나 별로였을까.


... 안 다쳤으면 했는데

내내 후회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얼굴 안 보고 간 거.

곁에 못 있어줘요.

그러니까 꼭 몸조심해요.

대위님도요.

농담인데

되게 보고싶던데

무슨 짓을 해도 생각나던데

몸도 굴리고, 애도 쓰고, 술도 마시고 다 해봤는데

그래도 너무 보고싶던데


생각치도 못했던 이야기입니까

그럼 생각해봐요. 이건 진담이니까.


오늘 대위님 없었으면 전 아마 도망갔을지도 몰라요.

도망갈 계획 있으면 같이 갑시다.

자고로 도망은 남녀가 한조여야 제맛이죠.


살아나간다니까. 너 임마, 여친 기다릴 거 아니야.

여친 없거든요. 아저씨는 있어요?

아까 무전으로 그 여의사 목소리 들었지?

내가 그 여자 되게 좋아하더든.

근데 한 3번 차였어. 죽어도 싸나?


아 아직도 살아있어. 나 같으면 쪽팔려서 죽었다.

내가 그 힘든 걸 해낸다. 번번이.

근데 그 여자 지금 밖에서 엄청 쫄았을 거야. 나 죽은 줄 알고.

이럴 줄 알았으면 고백 받아줄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그래서 샘통이에요?

아니, 걱정돼.


나 일 잘하는 남잡니다.

내 일 안에 내가 안 죽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오고 있어요?

안 오네. 안 오고 있어.

올 때까지 못 버틸 거 같은데...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그냥 내 마음 솔직하게 고백할 걸 그랬어요.

아주 멋진 남자에게 키스받았구나.

내내 설렜었거든요.


엄마! 아 깜짝아!

여기 어떻게 있어요? 여기 왜 있지?

이런 건 나한테 유리한 일입니다.

아니, 나라 지키라고 특전사 훈련받은 거 이렇게 쓰는 거에요, 지금 완전 사적으로?

누가 완전 공적으로 방송을 하니까.

방송하는 의사도 있어야죠. 전엔 있어야 된다며!

아니, 근데 진짜 웃긴다. 남의 녹음을 왜 막 들어요.

들은 게 아니고 들린 겁니다.



그만 차요. 나

나 몇 번째 차는 건 줄 알아요?

고백인지 아닌지 난 꼭 대답 들을 거니까 도망가지 맙시다.


자기 마음 들켜서 졌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그래봤자 내가 더 좋아하니까

근데 오늘 유독 예쁜 거랑 닮았네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사는 기분은 어때요? 자랑스러워요?

연애가 잘 안 되죠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남친 몇 명이나 사귀어봤습니까?

남자들은 대체 그걸 왜 묻죠?

나랑 같은 거 물은 그 새끼 누굽니까.


솔직히 말해봐요. 여자 한 트럭은 넘게 사귀어봤죠?

여자들은 대체 이걸 왜 묻죠?

아니 많이 만났다 그럼 삐질 거고

몇 명 안 만났다 그럼 안 믿을 거면서


삐진 여자는 누구고

안 믿은 여자는 누군데요


연애한 게 원래 내가 해도 되는 걸 굳이 상대방이 해주는 겁니다.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생기면 좀 어때

당신 조국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난 내 조국을 지키겠습니다.


강선생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내가 반드시 찾고 내가 반드시 구할 겁니다.

알죠? 나 일 잘하는 남잔 거.

금방 갈게요.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난 앞으로 이런 사소한 거 다 말할 거에요.

당신을 감당해보겠다고요.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요.

내가 불안해할 권리를 줘요.

대위님이 내 눈 앞에 없는 모든 시간이 걱정이고 불안일 순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걱정할 만한 일을 하러 갈 땐 알려줘요.

가령 백화점 간다 그러면 힘든 일 하러 가는구나 알아먹을게요.

적어도 당신이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하하호호 하고 있게 하지는 말아달라고요.


나에요? 조국이에요?

일단 강모연이요.

일단?

그래도 강모연이요.

조국은 질투하지 않으니까 그냥 날 믿죠.


난 지금 현존하는 남자 중에 유시진씨가 제일 좋아요.

난 그 남자 차도 세 대나 해먹었고, 물에도 빠졌고, 같이 전염병도 이겼고,

그 사람이 쏜 총에 총상도 입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시진씨가 좋아죽겠어요.

왜냐하면 그 남자는 단 한 순간도 비겁하지 않았고, 내가 보는 모든 순간 명예로웠고

내가 보는 모든 순간 멋있어요. 이의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의논할 게 있는데 들을래요, 말래요?

전 정말 태어나는 순간부터 듣고 싶었습니다.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고단하고 긴 하루였고, 그 사람의 품속이었다.

그렇게 누워 나는 밤새 반짝였다.

꼭 사랑받는 여자처럼.

우리가 못 본 그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


작전 나가기 전에 우리는 유서를 씁니다.

결코 이 편지가 강 선생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만에 하나 지금 강선생이 이 유서를 읽고 있다면

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죽지 않겠다는 약속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난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강선생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만났고, 그런 당신을 사랑했고,

그런 당신과 이렇게 헤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염치없지만 너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 환하게 잘 살아야해요.

그리고 나를 너무 오래 기억하진 말아요.

부탁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살아...살아있었어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내가

살아있었어.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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