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사람 같아”… ‘버추얼 휴먼’의 진화?

기자명 박설민 기자

by 러블리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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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IT기술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인간과 유사한 모습의 가상 인간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의 기술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아내와 별거하며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던 한 남성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



이것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의 간단한 줄거리다. 얼핏 보면 다소 황당해 보 이는 주제로 시작된 영화지만, 현대인의 고독과 미래 AI시대의 모습을 훌륭히 그려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영화 속 이야기가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AI와 딥페이크, 빅데이터 등 다양한 IT기술의 발전으로 ‘버추얼 휴먼’의 등장 때문이다.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호와킨 피닉스)는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 버추얼 휴먼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이 같은 영화적 상상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네이버 영화


◇ ‘진짜 같은 가짜’ 버추얼 휴먼… 전 세계적인 ‘인기’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란 문자 그대로 ‘가상 인간’이라는 뜻으로 AI와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버추얼 휴먼은 실제 사람과 거의 유사한 형상을 갖추고 있어 기존 AI스피커나 음성 비서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IT업계에서는 버추얼 휴먼이 단순히 흥미로운 기술을 넘어 응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향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지난 9월 발표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시장 2021~2028’ 보고서를 통해 CGI(컴퓨터 영상합성기술) 기반 버추얼 휴먼 기술로 구성된 ‘가상 인플루언서’가 향후 마케팅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리서치앤마켓은 “가상 인플루언서는 다양한 플랫폼 및 소비자 집단에서 추출한 인구 통계 및 잠재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마케팅 효과를 제공한다”며 “빠른 패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능력과 더 높은 창작 자유도가 결합된 가상 인플루언서는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 산업의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휴먼 기술 기반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미국의 로봇·AI 전문 기업 브루드(Brud)가 제작한 가상 인플루언서 가수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310만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보유했다./ 사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국내외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로봇·AI전문 기업 브루드(Brud)가 제작한 가상 인플루언서 가수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310만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확보한 상태다.



또한 릴 미켈라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광고 수익으로 130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콘텐츠 참여율의 경우 2.7%에 육박했다. 이는 셀레나 고메즈나 비욘세와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릴 미켈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호 버추얼 휴먼인 ‘로지(ROZY)’도 현재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연구원들의 손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로지는 올해 7월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광고에 처음 등장한 로지는 일반인들은 사이에서 신인 연예인 정도로 인식됐다. 또한 알려진 정보나 소속사가 없는 상태에서 광고에 나오면서 ‘신비주의’ 컨셉을 지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가상의 인물임을 공개하자 대중들은 ‘진짜 사람인줄 알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로지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는데, 현재 로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0만4,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개발한 우리나라 1호 버추얼 휴먼인 ‘로지(ROZY)’도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태어난 로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0만4,000명을 돌파했다./ 사진=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홈페이지 캡처


◇ 잠재력 높은 버추얼 휴먼, 광고 시장부터 메타버스까지 활용도 ‘무궁무진’



이처럼 버추얼 휴먼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는 주요 이유는 이들이 사람 모델이나 배우, 가수 등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람’ 연예인의 경우, 늙어 외모나 목소리 등 신체가 변하게 된다. 또한 질병이나 사고로 죽을 수도 있으며 활동 시에도 체력, 스케줄 등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반면 버추얼 휴먼 모델의 경우,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외모나 목소리도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고 시간과 체력 등의 문제를 넘어 동시간대 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에 이들이 사생활 문제 등 구설수에 오를 일도 전무해 사실상 콘텐츠 제작자들이나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가장 ‘완벽한’ 모델이자 배우인 셈이다.



버추얼 휴먼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타버스(Metaverse)’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혼합현실’ 공간인만큼 가상의 인물과 환경이 실감나게 표현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버추얼 휴먼은 여기에 최적화된 기술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BS 최홍규 연구위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발간한 ‘2021 KISA REPORT 10월호’를 통해 “최근 가상현실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메타버스 형태의 게임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버추얼 휴먼이 실제 사람 하나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개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게임 시장 규모가 커지고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산업군의 성장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휴먼은 더욱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는 기술이나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버추얼 휴먼 기술이 메타버스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버추얼 휴먼 기술이 향후 콘텐츠 및 광고 시장에서 응용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법률적, 윤리적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결국은 가상의 존재” 영향력 한계 ‘뚜렷’… 관련 법 제도 마련도 시급



다만 이처럼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버추얼 휴먼에도 한계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산적하고 있다는 것이 IT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버추얼 휴먼을 내세운 마케팅의 경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다고 해도 가상 인플루언서는 실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소비자들이 자각할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시 가상 인플루언서가 미칠 영향력은 크게 감소 할 수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는 ‘인간 인플루언서를 위협하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사례와 경쟁력’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기대하는 것은 브랜드의 진정성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함”이라며 “가상의 창조물인 가상 인플루언서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 행위에서도 버추얼 휴먼은 취약하다. 실제로 버추얼 휴먼과 유사한 AI채팅봇 이루다는 지난 1월 출시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나 심각한 성희롱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사진=이루다 홈페이지, 편집=박설민 기자


아울러 법조계 전문가들은 버추얼 휴먼이 가지고 있는 법적·윤리적 한계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경우 소비자 구매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불법적인 간접 광고들을 막기 위한 법적 조항이 존재하지만,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때문에 가상 인플루언서를 기업들이 간접 광고에 악용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 행위에서도 버추얼 휴먼은 취약하다. 엄연히 법적으로 사람이 아닌 만큼, 이들에 대해 심각한 성희롱이나 딥페이크를 활용한 불법 합성 음란물들이 유통된다 하더라도 직접 처벌할 법 규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저 AI·디지털 윤리를 들어 ‘하면 안된다’고 권고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다국적 로펌 Dentons의 지안지아코모 올리비는 ‘가상 인플루언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적 문제’ 리포트를 통해 “최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AI 알고리즘에 의해 개발된 최신 트렌드를 나타내는 가상 인플루언서에 매우 열광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 새로운 범주의 인플루언서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불확실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광고 활동 및 커뮤니케이션 규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와 책임에 관한 법률이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는 현 단계라 하더라도 입법자의 시급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 시사위크(http://www.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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