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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김작가 Aug 26. 2021

무대 위에서의 추억

고적대부터 연극생활


7살 때까지 나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좋아했다. 

아침에 나가면, 저녁 늦게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오고는 했다. 

내가 집에 와 앉아 있을 때는 딱 하루 세 번이었는데 

아침 10시, 점심 12시, 오후 2시인가?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 나지만,

TV에서 만화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때 빼고는 나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은 적이 없었다. 

작은 마을에 열 댓 명이 넘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온 동네를 다녔다. 

열 댓 명이 우르르 어울려 다니는 건, 그 이후로도 아이 낳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그런 나를 보고, 친척언니는 짧은 컷트머리에 남자아이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내가

동네 깡패같았다 한다. 

5개월 빠른 언니한테도 절대 언니라 부르지 않고, 

언니 이름을 부르며, 가자고 손을 잡고 동네를 구경시켜줬다고 한다. 

또, 나는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7살 때, 엄마 아빠 친목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춘 이후로,

야구장에만 가면, 엄마가 치어리더춤을 따라추라고 시키고는 했다. 

초4때, 걸스카웃 캠핑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 김건모의 '핑계'를 추었다. 

초5때 학원에서 놀러가면, 친한 친구들과 함께 춤연습을 해서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공연을 하고는 했다. 

당시 춤추는 걸 너무 좋아해서 원래 꿈은 작가라는 꿈이 있었지만,

가수나 백댄서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또, 초 5학년 때는 고적대 콘탁으로 지휘, 봉돌리는 법, 심벌즈, 큰북치는 법, 퍼레이드를 

1년 동안 배운 후, 6학년 때 행사 때마다 우리는 퍼레이드를 했다. 

최완엽 선생님께서 매일 악보 그리기를 시키며, 노래를 하나씩 가르쳐주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스무 살, 2학기 때. 우연히 영어소모임 연극패를 도와주기로 했다가

3년 동안 연극패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맨 처음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나는 그곳에서 공연 시작을 여는 춤을 추었었다. 

그 다음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그리고, '십이야'였다. 

나는 주로 남자역할을 맡아 남장을 했고, 칼싸움을 배워야 했다. 

영어연극이었기 때문에 아침 9시에 학교를 가면서 지하철에서 영어대사를 달달 외우고,

학교 수업을 들은 후,

매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연극패 단원들과 함께 연극연습을 해야했다. 

운동장을 돌면서 발성연습을 하기도 하고, 

영어발음이 안 좋으면, 서로 코치도 해주고,

영어대사를 달달 외우고, 표정, 동선을 서로 봐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 작품을 올릴 때 2달 동안 매일 연습을 하면, 2시간 짜리 연극대사를

통째 저절로 외우게 된다. 

연출을 맡았을 때는, 다행히 동기들이 함께 도와줘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대사를 편집해 대본으로 나눠주고, 동선을 짜고,

무대를 한 번 올리는데 100만원이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원들과 함께 학교 앞 가게를 찾아가 주인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도움을 받고,

학교 지원을 받아 100만원을 마련했다.  

거기에다가 무대 소품부터 무대 장치까지 직접 구하고 만들어야 했는데,

졸업한 선배들도 와서 도와줘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스무살 때부터 스물 세살까지. 내 대학생활은 영어연극을 하면서 지나갔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로망이란 것도 많았는데 

예를 들면, 문학공부를 좀 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두 가지를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안 됐고,

영어연극 때문에 다른 걸 다 포기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경험은 나에게 책임감이라는 걸 알려줬고,

나중에 방송작가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됐으니까. 


내가 가장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영어연극에 몰두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연극 준비를 하면서 

나는 그 연극이 끝날 때, 

굉장한 허무감과 동시에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 경험은 내게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다. 


무언가에 내 인생을 다 던지고, 바쳐서 온전히 몰두하는 경험과 

또 하나는, 배역에서 벗어나 다시 내 인생으로 돌아올 때의 경험이다.

그것은 마치. 

구운몽의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게 꿈이었더라는 문장처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부터

나쁜 경험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게도 해주었다.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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