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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그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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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김작가



핸드폰을 8년이나 썼다.

고장이 나서 폰에 있는 사진, 번호, 모든 게 다 날아갔다.

폰을 켤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새 폰을 구입했다.


그 후로, 8년이란 세월이 지났다는 걸

폰을 쓴 기간을 세어보며 알게 되었다.


너무 오래 아파하고 슬퍼했다.


누구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어서

한 번 기억을 하면,

그 사람이 한 말, 표정, 주변 공기, 환경까지도

사진 찍듯이 영상처럼 기억하는 사람이었는데.

천재적인 기억력과 문제해결력, 뛰어난 사회성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기억을 잊으려고 애를 쓴 그 날부터,

거짓말처럼, 몽땅 까먹고,

그 몽땅 까먹은 기억을 또 되살리려고 애를 쓰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만약, 내가 그때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단명했을지도 모르겠다.

천재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듯이.


기억을 잃어 멍청해졌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들이 나에게 전에 없었던 모습을 만들어내었고,

그 길고 긴 시간들이 나를 부활시키고,

회복시키고,

나를 살렸다.


한 명이 살해당했고, 한 명이 살았고,

한 명이 사라졌고, 살해당한 사람이 마음을 회복해 살아났다.

언젠간, 모두가 통합되는 날도 오겠지.


마치, 레일 위를 잘 달리다가

이탈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 채,

누가 옆에 있었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꼭 붙잡고 놓지 않는 건,

정확한 기억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글이다.


독서, 글을 다시 쓰면서,

기억을 되찾았고,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마음도 회복되었고,

세계도 확장되었고,

실력도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 내가 고통, 아픔 받을 때보다 더,

확장된 세계는

글로 표현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글을 쓰는 재미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똑똑했던 두뇌보다,

마음을 회복하고 되찾은 것이

가장 좋다.


비록, 현실 속에서 힘든 일들은 계속해서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확장된 세계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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