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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한다.
너무나, 곱고 예쁘게만 살아오느랴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싫은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따지지 못하고 꾹꾹 참아오며 살았던 게
마치 화산처럼 폭발했다.
아주 많이 착하고 순했던 사람이 폭발한 거라
폭발력은 더 컸다.
그냥 적당히 착하고 순했어야 하는 건데
너무 착했고, 너무 순했다.
그 아프고, 고통스럽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법이 있는 한국에서,
왜, 그렇게 미련하고 바보처럼 견디고 또 견뎠니.
너를 다치고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왜 참고 또 참았니.
바보야.
나에게 말한다.
나 자신에게 가장 미안하다.
한 번 뿐인 나의 인생인데,
단 한 번 행복하지도 못해보고,
그렇게 의무와 책임감만 어깨에 지웠구나.
태어나 처음으로 온 사춘기에 크게 넘어져
울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화냈던 긴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나는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큰 은총과 축복,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떠올리면,
크게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 더 선하고 성실하고, 강하고, 무너지지 않는 단단해진 내가 있을 것이다.
삶의 모든 것들, 사람에 대해, 심리에 대해, 마음에 대해
그리고, 자본의 흐름에 대해
깊이, 오래 생각한 시간들이었다.
반성한다.
좋은 태몽을 꾸고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지켜주고, 도와준 어머니를 슬프고 아프게 한 일들을.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책임과 헌신을 일생을 걸고 다 했고,
누구보다 참 바르고 예쁜 효녀였기에
그녀가 나를 향해 준 상처는 더 깊었고, 아팠다.
또한, 그녀에게 상처받았기에 그런 시간들은 필요한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반성한다.
아버지와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을.
아버지의 순수하고 착한 진짜 모습을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아버지의 편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더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이다.
반성한다.
나를 아끼고 지키지 못하고,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타인은 나에게 잘해줄 수도 있고, 못해줄 수도 있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선택은 내가 할 수 있었다.
내 선택에 따라, 나의 운명, 인생은 달라질 수 있었음에도,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온
바보같았던 나를 미워했다.
그리고, 이제야, 순수하고 맑아서,
사람을 오해하거나 의심하지 못하고,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믿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영혼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녔기에,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고통.
이제는 다 지나갔다.
참 아프고 외롭고, 쓸쓸하고, 또 아픈 그런 20년.
글과 방송, 좋은 사람들이 나를 지탱해주었고,
나를 성장시켰고
나를 나로 있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나쁜 과거는 기억하지도 떠올리지도 말자.
타인이 나에게 만들어준 나쁜 기억이 아니라,
내가 만든 나의 좋은 기억만 기억하자.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세상, 기적들만 생각하자.
힘든 일보다, 웃을 일이 더 많은 그런 세상이길.
그래도, 살아있다는 게 감사.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
오늘 하루,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감사.
나쁜 일이 아니고, 아무 일 없다는 것, 무탈하다는 것이 감사.
가족들이 건강하다는 것이 감사.
내가 추위에 떨거나 더위에 시달리지 않도록 머물 거처가 있다는 것이 감사.
때 되면, 깨끗하게 입을 옷이 있다는 것이 감사.
매일 깨끗한 물을 마시고,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감사.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감사한 일.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
하느님의 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