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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Dec 29. 2021

성장

한 뼘 더 크기


그동안 나는 내가 맡은 프로그램 밖에 모르고 살았다.

집-학교, 집-방송 밖에 모르고 살았다.


성당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좁은 울타리 속에서

종교적 가치관, 방송 스케쥴표에 맞춰

갇혀 살았는지 깨닫는 중이다. 


나는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어했고,

그리하여, 

그런 세상 속에서만 살고자 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지천에 있었으며,

사람 속에서 찾는 아름다움만큼

아름다운 건 없었다. 


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용기 주고, 희망 줄 수 있는,

깔깔 웃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책 읽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나만의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한 켠에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혼자서 그러고 살래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유있게 돈만 있다면, 

명예고 지위고 다 부질없는 것 하며, 

아이나 키우면서

동네 마실이나 다니면서 

사랑하는 사람 얼굴이나 보면서

여행이나 다니면서 그렇게 살겠지만...

그러나, 애써 이룬 부를 너무 많이도 나눠주었기에

또 다시 먹고 사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전처럼 글쓰는 기계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이번만큼은 내가 깨달은 것, 내가 알게 된 것, 그동안 노력해온 것들을

총 합쳐서,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다. 


내가 해오던 예능, 교양, 다큐멘터리, 뉴스, 생방송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최근 봉사활동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느낀 것이지만

그 땐 죽어라 하던, 목숨 걸고 하던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마냥, 사방에 흩어진다. 

서울에서 조금만 밖으로 나와도, 아무 것도 아니다. 그까짓거. 

허무해도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방송을 하며 써온 원고수만 해도, 

한 방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수천, 아니 수만장이 될지 모를

내가 쓴 글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무엇하며 살아온 것인가?


허무하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나는 허무하지 않을랑가. 


무튼, 허무하지 않을 글을 쓰고 싶다. 

지금까지는 프로그램 규격 틀에 맞춰서 글을 써왔지만,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보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사실, 진짜 시간만 많다면,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쓰고 싶은 소설들도 있기는 하다

어쩌면, 돈은 안 되도, 그 편이... 값진 무언가를 써내려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글이란 건 혼자서만 만족해서 끝낼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행복이든 기쁨이든 깨달음이든, 

내가 아는 무언가를 알려줘야 하기에... 

소설이 될지, 드라마가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글들을

써내려가고 싶다.


그리하여, 이제껏 못 이뤘던 것을 이루고, 

한 단계 더 도약하고, 

한 뼘 더 성장한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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