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간(feat. 천상병 시인의 '귀천')
귀천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두 번의 서핑 강습을 받고, 서핑에 완전히 매료되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제 혼자서 서핑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혼자 서핑 강습을 받는 게 두려워서 2번이나 친구한테 매달려서 서핑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서핑을 즐겨야 할지 몰랐다. 별수 없이 혼자서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자료를 모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최소 5번 강습을 먼저 받고 그 다음 서핑보드와 슈트를 렌탈하여 혼자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혼자 서핑 강습을 받기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집에서 송정해수욕장이 조금 멀었다. 그래서 다대포해수욕장에도 서핑샵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때 당시 인터넷상으로 세 군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중 한 곳을 예약했고 9월의 어느 날 강습받으러 홀로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가는 9월의 하늘은 참으로 청명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긴장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홀로 서핑샵을 방문했을 때 같이 수업받을 다른 강습생 5명이 먼저 와 있었다. 남자 2, 여자 3. 친구들끼리 앉아 있었다. 뻘쭘하게 앉아서 강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렇게 앉아 있으니, 긴장은 풀렸고 빨리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다. 외로움,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다. 역시 ‘서핑을 참 좋아하나보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했다.
기본 지식을 듣고 다 같이 바다로 나갔다. 그런데 여기 서핑샵에서는 다 모이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어준건 처음이었다. 그 사진은 아직도 내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다. 밝은 내 표정과 그날 같이 서핑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아직도 서핑을 하고있을까’하며 문득 궁금해하곤 한다. 아직도 나와 같이 서핑을 즐기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든다. 그들은 나을 잊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들을 잊지 못한 것이다. 그때 이후로 본 적도 없고, 사실 얘기를 해본 것도 아닌데, 참으로 이상한 감정이다. 어쩌면 그날의 청명한 하늘과, 맑은 파도와, 그들이 즐거움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나 보다.
서핑의 실력은 똑같았다. 빠지고, 빠지고. 그들도 똑같았다. 빠지고, 빠지고. 그러다가 백사장을 바라보았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일출이 참으로 아름다운 해변이다. 그 해변의 백사장에서 수많은 예비 신랑·신부가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이런 순간은 그저 아름다움만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 중 가장 아름다운 시는 뭘까 생각해 봤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느껴지는 시. 천상병의 <귀천>이다.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 혹은 노래 또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아름답다를 그냥 아름답다고 느껴주게 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