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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Mar 14. 2021

동네 가게

봄 2호


이번 주의 생각


얼마 전, 비캐스트를 듣다가 이 문장을 메모해두었다.


주변 사람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만의 작은 가게를 갖고 싶다는 꿈을 말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로망을 갖는 걸까요? 나만의 식당, 나만의 가게라고 표현하지만 그 안에는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하고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나만의 공간이지만 나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들러서 그 공간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거죠.


어젯밤에 효설과 지우언니를 만났다. 나는 곧 해방촌을 떠나는 효설에게 네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만나 식당으로 향하는 길, 젤라또를 먹으러 언덕을 내려가던 골목과 와인 바를 찾아 걸어 다니던 경리단길 위에서 그녀는 이 동네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늘어놓았다. 저 가게에는 누구와 갔는지, 어디로 산책을 다녔고 내가 봤던 그 사진은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동네 서점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공부하기 좋은 카페는 어디인지에 대한 이야기. 아쉬움과 섭섭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친구의 말에 아침의 메모가 떠올랐지만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새로 이사 갈 동네에 대한 기대를 불어넣는 역할을 맡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는 그곳에서도 단골 카페가 생길 거고 마음에 쏙 드는 산책길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윤슬은 빛만 있다면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산책을 마치고 맛있는 라떼를 사서 집에 돌아오게 될 거라고. 또 다른 귀여운 길냥이 사진을 문자로 보낼 네가 이미 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추억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기억들을 골라내며 걷다가 어느 작은 와인바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을 열면 ㄱ자 모양  테이블이 있고 6명의 손님만 받을  있는 곳이었다. 창가에는 와인병들이 줄지어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인센스와 턴테이블, 엘피판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물병과 그릇, 가게 안을 휘젓던 노래와 향으로부터 가게 주인의 취향을 엿볼  있었다. 가게에는 강아지랑 산책을 마친 사람들이 가볍게 와인   하러 들어오고 내일이라도 다시 만날 것처럼 가벼운 인사를 건네며 나가기를 반복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빠다코코낫을 함께 먹으면 맛있다며 나눠주시는 옆자리 손님과 우리 옆에 앉아 끊임없이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 쵸파, 쿠바 이야기를 하는 우리에게 남미 여행 사진을 꺼내 보여주시는 사장님까지. 작은 공간이어서 가능한  느낌에 결국 나는 친구들과 아쉬움을 마음껏 토로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주의 콘텐츠


Book

임태수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곳에서 스스로가 좋아할만큼만, 다시 싫어지지 않을만큼만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랜시간 정성들여 계속 하다보면 누구나 잘해낼 자격이 있다. 바쁜 일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문득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마음 속에 조용히 반짝이는 별을 잊지 말고 자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같은시간 동안 같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해도 조금 다르게 느끼고 해석하고 크게 감동받는 사람, 사소한 것 하나에도 깊게 신경 쓰는 사람이 브랜드를 만들 때도 역시 그런 것을 세심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피곤한 삶이라고 누구는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보다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소소한 감동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Book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자유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성의 목소리를 따르는 자유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역시 인간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약속을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그것 없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은 드물다.
지금까지 인간사회는 ‘보다 편리하게’라는 방향을 향해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효율과 행복은 다르다. 효율은 확실히 편리하고 편리는 대부분의 경우 쾌적함을 이끌어낸다. 단 쾌적함과 행복은 등가가 아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숲 속의 산책로를 지나가야 한다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곳을 걸을 대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결코 효율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다. 어쩌면 효율과 행복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 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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