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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Jan 01. 2019

2018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컸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하는 말과 쓰는 글, 나아가 내가 기획한 무언가로 인해 사람들에게 좋은 여운을 남게하고 싶었다. 항상 나의 1년은 주위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이었고 2018년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내 곁에 늘 있던 사람,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Texas


인생은 '어떤 순간에 누굴 만나느냐'이다.


올해 초에는 같은 과 언니들과 미국에서 보냈다. 티씨유에서 들었던 전공수업, 기업탐방, 버디와 보냈던 시간들, 게티센터, 그리니치 천문대 등 배우고 느낀 것들이 너무 많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니들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거실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때이다. 대학에서 보통 선후배 관계는 많지만 가족같은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각자 살아온 배경도, 성향도 다른 10명이 한 집에 모여 생활하고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막내로서 언니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았다. 지금도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언니들을 보면 든든하고 좋은 자극도 많이 받는다. 이 멤버가 아니었다면 나의 2018년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이 인연으로 인해 나의 2018년은 행복하고 보람찼다.



Venice beach, Los Angeles


감사하다는 말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아


인사를 미루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표현을 미루면 오해가 생기기 쉬웠다. 그래서 늘 고마운 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바로 말 하고 먼저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베니스비치 모래사장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언니가 '너랑 얘기하면 내가 내 감정이 조금 더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소소함을 사랑하고 더 많은 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etflix dictionary


승부에서 이기는 것보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4월 23일에는 혜원언니와 칸 라이언즈에 출품했다. 결과보다 성장에 더 큰 의미를 두어서 가능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1달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칸에 제대로 미쳐있었다. 아니 어쩌면 어떤 기업과 브랜드를 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과 더 편리한 삶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 빠져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출품을 하고난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습관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고 올해의 도전은 우리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고 보람찼다.




GLAD


디테일의 힘


올해는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 책도 읽고 전시회도 자주 보러 다녔다. 윤형근 전시처럼 여러 번 간 전시에서는 작품 뿐 만 아니라 공간 구성에서도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들이 보였다. 하루는 JOH에서 운영하는 글래드호텔에 갔다가 팔이 닿는 부분을 고려한 카드디자인과 비즈니스 호텔에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작고 사소한 것이어서 스쳐지나가기 쉽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 글래드가 저 사진 하나로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배민 한명수이사님


멋진 것, 멋진 생각은 속도가 중요합니다.


배달의 민족 한명수이사님께서 학교에 강연을 오셔서 해주신 말이다. 새로 나온 광고를 보고 '아.. 저거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건데'라고 자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칸을 준비하면서 이건 단단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를 찾는 것과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부터 광고주를 설득하는 것까지... 결과물이 100이면 나는 과거에 5정도 스쳐가듯 생각해봤던 것 뿐이다. 오만했다...앞으로 멋진 생각이 떠오르면 노트에 적고 묵히는게 아니라 구체화시킨 후 지체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현실로 만들어봐야겠다.



브런치팀과의 점심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


우리과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업에서는 자신이 애정하는 브랜드를 주제로 책을 만드는 과제가 주어진다. 1학년 때부터 언니들이 만드는 브랜드북을 보며 나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러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인 '카카오 브런치'를 주제로 선정했다. 우선 '카카오'라는 큰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팀과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연락이 된다고 해도 이제 막 21살이 된 대학생이 인터뷰를 요청한다고 해주실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아끼는 브랜드인데 어설프게 만들어 수박 겉핥기가 될까봐 다른 브랜드를 찾아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브런치팀이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적극적으로 인터뷰도 응해주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주어진 1달 반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후회없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덕분에 1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며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깊게 파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무언가를 보고 들을 때 정말 꼼꼼하게 기록하게 된다. 글을 쓰기 전에도 잘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리할 마음으로 듣는 것과 그냥 듣는 것 사이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작가의 서랍에 쌓아두게 되는데 이것만 확인해도 요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가 보인다.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 공간디자인, 건축 등 내 책상 서랍보다 브런치 서랍이 더 솔직한 것 같다 ㅎㅎ 하여튼 브런치로 인해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아 감사하고 2019년에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다.



파워우먼커리어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기준은 있었다.


'파워우먼커리어'라는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노트에 적어둔 말이다. 인생이 생각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연연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실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순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그리고 후회없이 최선을 다 하는 것.. 이 2가지만 지킨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는게 아닐까?

 



일은 편의를 위한 타협이 아니라 사랑에서만 나오는 행위여야 한다.


매거진 B를 읽다가 써 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다. 2018년은 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였던 한 해였다.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를 깊게 생각해봤고 주저하지 않고 부딪혀봤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다. 2019년에도 딱 한 발짝만 더 다가설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다 시작은 있는거니까


어쩌다보니 새로운 공부를 낯선 환경에서 시작했다.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잘 끝냈다. 시작하기 전에 몰려왔던 '두려움'은 순식간에 '설렘'으로 바뀌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되었고 공부할 수록 내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이미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뭐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거니까, 누구에게나 다 시작은 있는거니까:)



여름 휴가


정답이 아닌 내 답을 만들기


우리 엄마, 아빠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한 번도 막은 적이 없다. 항상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라 결정 후에 내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항상 나의 결정을 지지해주셨다.

세상에 올바른 선택은 없는 것 같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면 최고의 선택은 따라오는 것이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결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올 인


올해는 유독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일에 푹 빠져있는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다양한 경로로 그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큰 공통점 2가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첫번째는 하고 싶은 일이랑 해야 되는 일이 겹치는 순간 정말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처참하게 부서질 수도 있는건데 기회라고 생각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따라다니기 때문일까.. 그리고 두번째는 실패한 것을 철저하게 분석해 다시는 같은 이유로 인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운게 없는 것이 큰 문제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른 워라벨


요즘 '워라벨'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워라벨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워라벨'이라는 말 자체가 일과 삶이 이미 별 개인 느낌이어서...  일이 라이프를 침범해도 행복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대학생이어서 work가 life고 life가 work여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튼 지금의 나는 그렇다. 내년에는 어떻게 생각하려나...




잘 거절하는 것도


이번학기에는 burn out 직전까지 가는 순간이 많았다.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내가 굳이 지지 않아도 될 짐까지 어깨에 한가득 지고 있었다. 또 어짜피 내가 선택하지 못할 선택지까지 굳이 펼쳐두고 고민하고 있기도 했다. 문득 나의 상태가 수치화되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ㅎㅎ 뭐가 맞는 걸까..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잘 거절하는 것도, 나의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판단해 짐을 덜어내는 것도 모두 내 몫인 것 같다. (아직 판단을 잘 못하는 것이 함정이지만)


*

내년에는 누구를 만나 어떤 생각을 나누고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2019년 1월 1일의 나보다 2020년의 1월 1일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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