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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Aug 12. 2019

Yes! We love our mujigae!!!


대학에 와서 지금까지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내 가슴이 설레는가'였다. 광고, 브랜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나는 지금까지 대학에 와서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작년 이맘때,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들어가게 된 동아리가 SIWA였다.

 

SIWA 16기


SIWA는 Sookmyung international women's association의 약자로 뉴욕에서 3주간 한인 입양아를 위한 캠프에서 교육 봉사를 진행하는 동아리이다. 입양된 아이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많은 가족들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고 우린 그곳에서 매해 여름, 코리아 투데이, 포크테일, 한글, 댄스 앤 뮤직, 히스토리 등의 클래스를 진행한다.


수업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과제로 가득한 수습기간, 6개월간의 클래스 준비, 3번의 보고회를 거쳤다. 사실 입양과 입양아 들의 삶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닌 상태에서 그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한다는 게 참 어려웠다. 우리가 준비한 수업이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아이의 부모님께는 어떤 이야기들을 추가로 들려드릴 수 있을지, 혈연 중심의 문화가 녹아있는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그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정말 신중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뉴욕으로 떠나기 한 달 전쯤, 도서관에서 김경아 작가의 '너라는 우주를 만나'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다.

길 잃은 양 한 마리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한데 감히 내가 그 하나의 우주를 맞아들일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캠프에서 만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머리만으로 이해되던 이 글이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가족이 되는 또 다른 방법, 입양


솔직히 한국을 떠나기 전의 나는 아이의 부모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입양아를 동정했던 것 같다. 과정이 어떠하든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 품을 떠나, 새로운 가족을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낯선 환경에 홀로 남게 될 테니까.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만난 부모님들은 아이를 낳아준 부모를 꼭 만날 수 있으면 한다고, 만난다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를 10달 동안 배에 품어 이 세상에 나오게 해 주어서.


세상에 태어나 혼자가 된 아기, 안 좋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어린 엄마의 용기, 그렇게 힘들게 낳았지만 아기를 위해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슬픔보다 나에겐 책임감이 앞섰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반성했다.


캠프를 하며 입양을 선택한 부모의 마음에 이 세상의 모든 아이는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공동체인 가족의 일방적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입양아로서 필연적으로 갖고 살 수밖에 없는 상실감과 결핍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고 계셨다.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그 사랑은 그 상실감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자신이 아이의 편에서 그 짐을 함께 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씀하셨다.


monica and chris


소수였던 내가 다수가 되는 유일한 곳


어렸을 때부터 캠프에 참여해왔고 지금은 캠프 주최자로 계신 피터가 한인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외국인으로서, 입양아로서 타지에서 살아가느라 힘들었던 학창 시절, 어디를 가든 소수였던 내가 유일하게 다수가 될 수 있었던 곳이 이 캠프였고 자신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우리가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이 캠프를 열심히 준비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고향에 대해 배우고 고향 친구를 사귈 수 있게 캠프를 위해 먼 길을 오시는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우린 정말 최선을 다했다.



Moments



토마스 집에 도착한 첫날,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는데 'Who loves thomas?'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이미와 패티가 토마스를 위해 쓴 책이었다. 아직 가족들과 친해지기 전이었지만 내가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이 배우고 느낄지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제이미와 패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토마스를 사랑했고 3살인 토마스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그 사랑을 표현하셨다. 가족이 되기 위해서 혈연관계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랑, 그거 하나면 충분했던 것이었다.


시와 동기들이랑 야구장 잔디밭에서 보낸 시간. 따스한 햇살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이곳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했다. 아끼는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하고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게,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했다.



한국음식을 준비해드리려고 한인마트에 갔다가 토마스 주려고 과자를 사왔는데, 토마스가 '까까'라고 소리쳤다. 토마스가 '까까'라고 외쳐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제이미랑 패티에게 '까까'가 뭔지 설명해드리는데.. 과자를 달라고 소리쳤을 토마스와 이를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을 제이미와 패티를 생각하니 울컥했다. 매일 밤, 우린 티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잠에 들었다. 일상, 드라마와 영화처럼 가벼운 이야기부터 교육, 정치, 진로, 입양 같은 무거운 이야기까지...  하루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계신 제이미와 패티를 위해 한국어를 알려드렸다. 토마스에게 한글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고 한국어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주시는 두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제이미와 패티의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순간. 제이미가 태어난 병원, 어린 시절 살았던 집, 가족과 시간을 보냈던 공원과 놀이터, 다녔던 대학교, 근무했던 병원, 제이

미와 패티가 결혼한 교회까지... 2시간 동안 우리에게 당시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공유해주시는 두 분과 함께하는 또 다른 따뜻한 시간이었다.



Parents class를 진행하다가 한 분이 "이 곳에서 홈스테이 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가장 많이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나의 답변은 "매일 아침, 새소리와 햇살에 깨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들과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는 거요. 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러웠습니다."였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쏟아질 것 같은 별들 사이에 유난히 반짝이던 목성을 구경하다가 뒷마당에 가서 불을 껐는데 뒤에 펼쳐진 숲이 반딧불이 덕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풍경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Korea Today 멤버랑 뉴욕 레이디엠에서 서로 편지 써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시간 놓쳐서 타임스퀘어를 가로지르며 전력 질주했다. 수습기간, 주제를 엎고 또 엎던 1월과 2월, 크래프트랑 게임 준비하느라 정신없던 3월과 4월, 영상 찍고 편집하다 끝난 5월, 시험기간에 수업 시연하느라 회의 제일 많이 했던 6월... 아마 이 멤버가 아니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덕분에 즐거웠던 기억이 가득하다. 



누군가와 헤어져야 해서 이렇게 펑펑 운 게 얼마 만인지. 로체스터에서 열리는 캠프를 위해 기차 타러 가는데 뒤를 몇 번 돌아봤는지 모르겠다. 토마스가 멀리서 달려와 내 다리를 꼭 안았다.



It's been a wonderful time to be with your family. Eventhough I am on the other side of the world, I'll be your friend forever:)  I'll stay in touch and waiting to see you next year!



요트에서 나눈 대화들, 효설이랑 패들보트에 누워서 모아나 ost 부르던 것도, 채린이랑 모니카랑 바나나보트 타다가 물에 빠진 것도, 댄뮤팀이랑 오리배 타고 섬에 가다가 다리 후들후들 거린 것도, 소정이랑 해지는 거 보면서 스릴 넘치는 제트보트 탄 것도, 바비큐 먹고 글탐 멤버랑 따뜻한 풀에 들어가서 얘기 나누던 것도 다 너무 빛나는 기억들이다.



SIWA 16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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