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계를 생각할 때, 늘 뜨겁고 자극적인 순간들을 떠올린다.
연애라면 설레는 시작,
우정이라면 밤새 수다 떨던 하루.
하지만 그런 감정은 '순간'이다.
지속될 수 있는 건 대부분 뜨거움이 아니라 잔열에 가깝다.
연애든 우정이든 모든 사람사이 관계는 빈도와 강도라는 축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자주 본다고 해서 친한 것도 아니고,
한 번 강렬했다고 해서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적당한 거리감과 느슨한 빈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온도다.
예를 들어 오랜 친구관계를 생각해 보자.
어릴 땐 친구를 매일 같이 만났지만,
성인이 되면 각자의 삶이 바빠져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몇 달 만에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만남이 오히려 더 반갑고,
대화는 훨씬 깊고 풍부해지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연애 역시 모든 순간이 불꽃같이 타오를 순 없다.
그건 지속 불가능한 구조다.
감정은 결국 평형을 이루고,
그다음부터는 잔열처럼 은은하게 남는다.
일상 속에서 생각나고
내가 편해지는 어떤 사람.
관계는 결국 계속 불을 지피며 지치게 만들기보다
불을 피우고 남은 온기로 서로를 감싸주는 게 아닐까?
함께 있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
그게 연애든 우정이든
진짜로 오래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두고 만나고
가끔 안부를 묻고
가벼운 소식을 시시콜콜 공유하면서
관계를 너무 붙들지도,
너무 놓아버리지도 않는 것.
무너지지 않는 거리
사라지지 않는 온기
뜨거운 감정은 한순간이지만
잔열은 오래 지속된다.
그리고 삶은
결국 그 잔열 위에서 덥거나 춥거나 불편한 감정 없이
유지하는 고유의 체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