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앞표지를 몇 번이고 넘겨봤다. 제목 아래 ‘한시영 에세이’라는 문구를 보고, 이 글이 정말 에세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작가가 풀어낸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는 말로만 듣던 생생한 현장 같았고, 내가 감히 깊이 들여다보거나 공감하기에 조심스러운 영역이었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으로 소설이길 바랬다.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는 작가가 알코올중독자였던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를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회고록이다. 제목은 강렬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분노나 원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의 결점과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성장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내며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목차마다 등장하는 주변의 인물들은 작가의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채워준 이들이다.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며 가족 외에도 인간관계가 주는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이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결코 완벽하지 못했지만, 그 결핍이 오히려 작가를 더 넓은 사랑으로 이끈 것처럼 느껴졌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관계다. 알코올중독이라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와 딸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끊을 수 없을 만큼 질긴 실로 얽혀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운명의 고리 속에서 작가는 이 관계를 원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결국 용서와 이해의 길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