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두고 봐야 안다

by 나무 옆 벤치

2주 전쯤 오피스텔과 연결된 편의점 뒷문으로 인상이 강한 아니 그보다 세 보이는 키가 큰 30대 후반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수면바지 위에 화려한 퍼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그녀는 2+1인 햇반 3개와 참치캔을 선반에 올려놓았다.

처음 본 그녀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들리지 않는 혼잣말로 불평을 하고 있다.

계산 후 햇반 하나를 젠자레인지에 데워 서둘러 나갔다.


몇 시간 후 점심시간, 그녀가 햇반 하나를 들고 와서

"아까 여기서 산 건데 데워 가도 돼요?"라고 물어

나는 평소보다 더 웃는 눈으로 "네, 편하게 하세요"라고 대답했다.


따뜻해진 햇반을 꺼낸 그녀가 "젓가락 하나만 주세요"라며 좀 멋쩍게 얘기하길래 나는 젓가락을 넉넉하게 두 묶음 챙겨 주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갔다.


그날 이후 그녀는 종종 우리 편의점에 왔다.


오늘 그녀가 왔다.

이번에는 김과 간장 등을 구매한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내게 말을 건다.


"이제 겨우 정리가 끝났어요. 오피스텔이 하도 지저분해서 입주 청소를 세 번이나 했네,

나 원 참.....

집을 보여 주지 않는 데도 하도 급해 계약하고 이사 왔더니 그 모양이었요.

다 이유가 있었어.


정말 고마웠어요. 나무젓가락 많이 챙겨준 거요.

그때 너무 고마워서 집에 가서 울었잖아.

그래도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전자레인지 쓸 수 있게 해 준 것도 고마웠어요. 갈게요"


한바탕 본인 얘기를 하고 뒷문으로 나가는 그녀를 나는 놀라 바라본다.


차갑고 도회적인 분위기와 끊어지는 말투 때문에 세 보이는 그녀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그리고 뜻밖의 선물 같은 그녀의 말을 되새겨 본다.


나랑은 맞지 않을 것 같았고 편하게 인사를 주고받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손님처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자기의 사정과 속내를 풀어놓으니 왠지 나의 첫 마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녀도 지저분한 집 때문에 힘들고 나무젓가락 묶음에 눈물을 흘린다.

여전히 센 언니 같아 보이는 그녀가 이곳에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나에 대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