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옆 벤치
나는 4년째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작년에 환갑을 맞았고 두 아이를 키웠다.
남편은 작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의 퇴직을 가족 모두 적응하는 과정이다.
전업주부로 살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내가 주 2회 알바하는 요일은 시댁 가족도 친정 가족도 존중해 준다.
그리고 매달 평균 60만 원의 수입이 있다.
어찌 보면 작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맛난 것도 사주고 부족한 생활비도 보태고 저금도 한다.
뿐만 아니라 후원금도 낸다.
이렇듯 마음뿐만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덕분에 나의 자존감도 올라갔다.
편의점은 나의 일터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일하는 이곳은 독립적인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정년퇴직 후에도 여전히 가장 역할을 하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이다.
나랑 살면서 평생 짊어질 듯하다.
솔직히 나의 편의점 알바 수입은 그야말로 메인 디쉬의 고명 같다고 자평한다.
24시간 1년 내내 영업하는 편의점은 항상 열린 공간이다.
오는 손님만 맞이하는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구에게나 개방된 곳이다.
손님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다 다르다.
모두가 자신의 우주를 품고 온다.
그만큼 할 얘기도 많다.
평균 30초 내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 순간에도 연민, 호감, 불만, 부끄러움, 무시, 실수, 감사 등이 오간다.
소심하고 내숭인, 그러나 엉뚱하기도 한 나는 '나무 옆 벤치'라는 필명 뒤에 숨어 솔직하고 본격적으로 내가 편의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과 좀 더 정직하게 대화할 수 있고 또 쓴 글을 다시 읽으며 그것을 객관화하는 과정은 나에게 참 귀하다.
그리고 글쓰기를 하면서 소리 내어 말하는 양이 줄었다. 나는 글을 통해 하루 해야 하는 말의 절대량을 채우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서, 오늘 우리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기를 기도 한다.
단정한 차림과 자세로 매장을 관리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 매장을 나서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