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이여
이른 아침 알바하러 나오는 길이 군데군데 얼어있다.
오늘은 좀 허둥대며 일어나서 기지개도 제도로 못 핀 것 같다.
보폭을 작게 하고 조심조심 편의점에 도착한다.
그런데 밤새 일한 알바생이 롱패딩 위에 편의점 조끼를 입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좀 의아하기도 하다.
서둘러 인수인계를 하고 알바를 시작한다.
먼저 신선코너에서 유통 기간을 확인하고 지난 것은 폐기하고, 곧 폐기해야 하는 상품은 따로 기억해 둔다.
그리고 커피 머신의 원두 찌꺼기를 비우고 닦고,
매장을 한 바퀴 돌며 빠진 상품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며 건너편을 바라본다.
아뿔싸....
첫 순서를 완전 빼먹었다.
나름 나의 청결 척도인 온수기와 전자레인지를 닦고 휴지통을 비우는 것을 건너뛴 것이다.
빠진 일을 한 뒤, 나는 오늘 아침에 왜 허둥대는지 생각한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알람이 울리고서야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학생시절 친구들이 여럿 나왔다.
그리고 아들의 얘기를 중간에 끊어버린 미안한 마음을 담고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아들도 함께 나왔다.
생생한 꿈 때문에 알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오전 5시 12분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일어나니 옆자리에 남편이 없다.
거실에서 tv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남편은 벌써 깼나 보다.
은퇴한 남편은 보통 8시 정도 일어나는데 아무래도 고민이 깊은가 보다.
알바 갈 준비를 하고 나오려고 하니 남편이 다시 잠을 청하러 안방으로 들어간다.
지난 금요일에 올해 90이 되신 시어머니를 매일 3시간씩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밤 사이 어머니가 설사를 해서 많이 안 좋으시단다.
이 날은 다행히 알바가 없어 우리는 서둘러 시골로 내려갔다.
마주한 어머니는 얼마 전에 뵌 모습과 너무 다르게 쇠약해지신 채 누워계셨다.
우선은 어머니에게 순두부를 데워 조금씩 입에 넣어 드렸다.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돌아눕지도 못하신다.
어제 낮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거동하셨다 하는데....
90이라는 나이의 무게가 느껴진다.
결국 119를 불러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
검사 결과는 장염과 맹장염 그리고 소장이 부어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지난번과 달리 바로 입원하셨다.
꼼짝도 못 하시는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몸을 돌리려고 힘을 주는 남편에게,
어머니는 어찌 그리 억세냐며 팔을 휘젓다가 꼬집으신다.
밑에서 엉덩이에 기저귀를 받치고 있던 나는 우습기도 하고 얼마나 아프고 괘씸했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외아들을 꼬집으셨을까 싶기도 했다.
나흘을 어머니와 보내고 간호통합병동에 자리가 났다고 해서 그리로 모셨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시누이와 교대하고 남편과 어제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입원한 어머니와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고향의 빈집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30여 년을 함께 산 나는 고민거리가 있을 때면 새벽같이 일어나는 남편의 버릇을 안다.
이제 어머니의 남은 여정을 안타까움과 때로는 버거움을 견디며 함께해야 한다.
그러다 마음이 조각 날 수도 있으나 조각난 채로 또 받아들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부디 오늘 하루를 부족함 없이 건강하게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