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바흐의 첼로곡을 들으며

by 나무 옆 벤치

나는 밤새 일한 알바생과 오전 6시에 교대하여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다.

일찌감치 출근한 나는 본사에서 쏘아주는 요즘 핫한 노랫소리를 줄이고 내 휴대폰으로 내 음악을 튼다.

가을엔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켜두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8시가 조금 안 돼 어둠이 걷히는 요즘 같은 겨울엔 좀 더 서정적인 아리오소 첼로곡을 튼다.

그러면 내 주변으로 단아하고 다정한 기운이 조금씩 흐르는 것 같다.


나는 음악을 켜둔 채 커피머신의 물받이를 비우고 원두 찌꺼기를 정리한다. 그리고 밤새 쌓인 일반 휴지통과 재활용 휴지통을 비운다. 가만가만 첼로의 향기가 번지고 있다.

이후엔 전자레인지와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수기를 닦는다. 그리고 선반과 다른 것들도.

그 사이 손님도 문득문득 온다.

음악소리에 반응하는 손님은 주로 밤새 술을 마시고 숙취해소제를 사러 온 사람들이다.

"아 좋다~ 클래식이다. 너 뭐 알아?"

그리고 일찍 출근하는 손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조용하다.


8시가 가까워지면 손님도 많아지고 주변도 분주해진다. 그때쯤 나는 나의 음악을 끈다.

그리고 잠시 후 물류창고에서 생필품과 먹거리가 배달되기 전까지 숨을 고르며 판매할 종량제 봉투를 한 장씩 접으며 손님을 맞는다.


여기는 나의 일터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가만가만 틀어 둘 수 있고, 손님들께 좋은 날이 되시라고 인사도 전할 수 있는 시급 10,320원의 소중한 일터다.


봄이 오면 베토벤의 황제 2악장을 들어볼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