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광주송정역 헌혈센터에서
나는 헌혈을 즐겨하곤 한다. 부모님께선 몸 상한다고 자제하라 하셨지만 날짜가 돌아올 때마다 헌혈을 줄곧 하러 간다.
그렇지만 최근에 일이 바빠 헌혈을 등한시하던 23일에
적십자에서 웹발신으로 문자가 왔다. 뭐 해봤자 기념품 1+1 같은 시답잖은 문자겠지 하며 예전부터 스팸문자와 같은 종류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내 피를 원하는 적십자의 문자에는 눈이 동그래질만한 아이템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강동 6주를 가져온 서희의 외교담판과도 같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헌혈을 하면 두바이쫀득쿠키를 준다는 적십자의 몸부림이었다. 이것이 트렌드에 맞춘 적십자의 갈급함이구나. 나는 무척이나 흥미를 느껴 23일 헌혈센터에 방문했다.
다들 어디서 들었는지 한적하던 센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접수처로 불려 나갔다.
기본적인 검사를 끝내고 기본적인 안내를 시작하려고 하는 간호사의 말을 끊고 내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가끔씩 말할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소한 걱정이다.
"두쫀쿠는 어디서 조달하셨습니까?"
물으니 인근 카페를 섭외해서 조달을 했다며 혹시 두쫀쿠를 만드는 카페를 더 아시느냐고 환하게 웃으시며 농조인 듯 아닌 듯 이야기하셨다.
센터에 카페를 더 연결시켜 주면 두쫀쿠 증정은 계속되고 헌혈자는 더 늘어나겠구나 하는 이상적인 선순환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한편으로는 피를 뺀 후 먹는 두쫀쿠는 얼마나 혈당을 올릴까, 얼마나 잠이 올까. 수면제와 같은 효과를 낼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헌혈 중 간호사들과 사이가 좋은 헌혈자를 건너편에서 발견했다. 보아하니 두쫀쿠를 증정하는 헌혈의 종류는 전혈과 혈소판 이렇게 두 가지인데 혈장이나 다른 종류의 헌혈을 하는 듯 보였다.
중년 남성쯤 되어 보이는 그 헌혈자는 헌혈을 많이 한 듯 보였으며 내가 헌혈을 10003번 했다는 그의 농담이 내 관찰의 결과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원칙상 두쫀쿠를 증정할 수 없었고 그분은 그것을 원하시는 듯 듣기 좋은 정도의 궁시렁거림을 했다. 듣자하니 딸에게 줘야한다는 둥 이야기가 들렸다.
망설이던 나는 혹시 내 두쫀쿠를 저분에게 드릴 수 없느냐며 내 주변을 지나다니던 간호사에게 요청했다.
그 요청을 들은 간호사는 벽에 기대 웃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정말이냐며 되물었고
나는 내가 먹는 것보다는 저분에게 드리는 것이 효용이 클 것 같다며 드시라고 듣자 하니 사정이 딱해 보였다고 말하며 손사래 치는 중년 남성분을 안심시켜 드렸다.
웃어른에게 딱해 보였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나 생각도 들었지만 건너편 분은 내 두쫀쿠를 받은 기쁨에 생각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나 덕분에 센터는 간호사님의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마잉"
이라는 사투리 섞인 말로 웃음꽃이 피었다.
대신 이걸 가지라며 그 헌혈자분은 편의점 상품권을 주셨다.
간호사분들은 다음에 내가 오면 나를 기억해 주실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깨달았다. 나의 인간상,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무엇이지? 하며 한마디로 나를 정의하기를 힘썼다.
나는 갸륵한 소년이 되고 싶다.
하는 행동이 착하고 장한 그런 소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