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by 낮음


이천십사년에 나는 열 넷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학원에 가야 했다. 나는 중학생이나 돼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게 싫었다. 그래서 곧 학원을 끊을 생각이었다. 학원에 가기 전에 학원 아래층에 있는 닭강정 가게에 가서 가장 작은 컵을 샀다. 천 원짜리, 닭강정 세네 개와 튀긴 떡 몇 개를 담아주는. 어쩌면 그날은 이 천 원짜리를 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좀 더 많이 담아 준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한 번 질리도록 먹어 보라고, 그리고 아주 질리게 만들어주겠다고 하시며 퇴근하실 때마다 집 앞의 치킨집에서 닭꼬치를 몇 개씩 사 오셨다. 그 치킨집에서는 순살 치킨을 막대에 꽂아 팔곤 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것이 매일 먹는 치킨이었다. 결국 내가 이겼다. 나는 질리지 않고 매일같이 치킨을 먹었고 아버지는 자신이 졌다며 항복했다.

열넷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치킨을 사 먹기에 용돈이 부족해 고작 세네 개 넣어주는 닭강정 사 먹는 것이 분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매일같이 집에 가는 길에 치킨을 사 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열일곱은 어른이었다. 아주 어른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 올려다봐야 할 존재였다. 열여덟은 더욱 어른이었다.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 아래에서 닭강정을 사 먹던, 평범하고 지루했던 날을 당장에라도 그려낼 수 있을 듯이 기억하는 이유이다. 그 어른들이 사실은 아이였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 아이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어서 어른들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끝내 어른이 못 됐다. 나는 어른이 되었는데 내가 어른으로 바라보았던 이들은 아직도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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