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비효율적이어야 한다.

by LALA쌤


한 사람을 잊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만난 시간만큼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엔 그렇게 오래 걸리겠냐며 비웃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나는 그 시간을 묵묵히 다 겪었더랬다. 그 사람을 만나 정을 쌓은 시간이 약 n년, 비로소 내가 홀가분해진 지금은 딱 n년 뒤. 어쩌면 이렇게 계산이 척척 맞을까. 학창 시절 내내 수학 때문에 속을 끓였는데 내 삶은 이보다 더 수학적일 수가 없다.


지나간 시간이 아쉽고 불안에 떨던 내 마음이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 사는 일에 효율이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효율적으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밀어 보지만 결국 그러느라 진짜 필요한 것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 낭비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하겠다며 소개팅에 나가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고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즐거웠습니다, 하고 끝내버리는 일이 과연 효율적인가. 누군가를 진득이 알아보는 것은 귀찮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서 진정한 사랑은 하고 싶어 한다. 오래도록 내 옆에서 꾸준히 사랑을 줄 사람을 찾으면서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효율을 추구하지만 영 알맹이는 없고 무늬뿐이다. 결국 또 시간은 흥청망청 흘러가고 우린 갸우뚱 고개를 젓는다. 이상하다, 분명 최적의 방법을 찾았는데 왜 안 되는 거야?


뭐든 빠르게, 시간 낭비도 하지 말고, 마음 낭비도 하지 말자는 생각. 젊음은 짧으니 낭비하지 말고 얼른 즐기고 해내야 된다는 생각. 그 생각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삶이 언제나 혼돈 속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로지 완벽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간다면 결국 공허함만 움켜쥐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이 모두 지나서야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고 땅을 치게 되겠지.


우리는 인생이 최적의 방향으로 완벽하게 흘러가기를 바라지만 그런 것은 없다. 날카로운 송곳처럼 좁고 기다랗게 정해 둔 좋은 삶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세울 게 없는 삶도, 하는 사업마다 실패하는 삶도, 가족이 들들 볶는 삶도 저만의 가치가 있다. 남들이 뭐래도 60억 인구에게는 60억 가지의 삶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효율은 기계한테나 쓰는 말이다. 시간 대비 최고의 생산량을 뽑아내는 것은 기계가 하는 일일뿐. 우린 그런 목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사명 같은 것 따위는 없다. 태어나기 위해 태어난 것뿐, 존재를 증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좀 시간을 흘려보내면 어떠랴. 좀 방황하고 나이 들어서 현명해지면 어떠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선을 넘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비효율적으로 살아도 괜찮다.


나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방황한 n년의 세월을 미워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시간 씀씀이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지지부진함이 인생의 매력이라고 여길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은 삶을 저주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다. 느리고 가끔 삐걱대지만 행복한 내 인생, 난 비효율적인 게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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