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잘쓴날

아들에게 옷 선물, 시공간의 울림

by 생존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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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택배 사진이다. 언박싱이 시작했다.
사진 속에는 아들이 그토록 바란 디스커버리 롱패딩이 숨죽이며 숨어 있었다.

삼성카드로 결제한 24만 원.
이 돈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아들의 외투로 변해 있었다.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될 아들의 겨울옷은 한동안 그해 겨울의 추억이 될 듯하다.

롱 패딩을 꺼내 입은 녀석의 입고리.
하늘로 향해간다. 돈을 잘 쓴 것 같다.
며칠 전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를 글로 남겼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옷을 선물 받는 느낌은 강렬하다. 의식주의 생존본능 탓일까? 옷이 주는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어린 시절. 외지로 일하러 간 엄마가 옷 한 벌을 소포로 보내왔다. 반년 가량 집을 떠나 있던 엄마는 새 옷으로 모정을 대신했다.

주머니에는 꼬깃꼬깃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편지가 담겨 있었다. 국민학교 3학년쯤이었는데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대학 입학 후 사촌누나가 세미 정장을 선물해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은 정장이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 거울 속 모습에 자아도취했다.

내 이십 대 대부분을 이 옷과 함께했다.
캠퍼스 가요제에서 이 옷을 입고 인기상을 받았다.
옷에는 당시의 기억과 추억, 감성이 스며있다.
아끼는 옷을 버리기는 너무 어렵다.

닭갈비를 만들어 팔 때 가장 좋은 옷차림은 운동복에 티셔츠다. 4년간 나의 작업복이자 유니폼이 됐다.
좋은 옷을 입을 수도 없고 입을 필요도 없었다.

돈을 벌어도 내 옷을 사는 일은 드물었다.
반면 자식들이 옷이 필요할 때는 지갑을 열었다.

30년 전 엄마가 외지에서 힘들게 번 돈으로 새 옷을 선물해줬던 마음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제야 울림이 전해진다.

다음에는 부모님 옷도 사드려야겠다.
고로 열심히 벌어서 멋있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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