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한손 2000원’ 광주상무지구 과일가게 사장님은 늦은밤 쪽잠을 자고 있었다. 손님은 계산을 하려다 미안해서 천원짜리 두장을 지갑에 도로 넣는다. 고단한 하루의 피로감은 사장님 거뭇한 수염에서 느껴진다. 수박, 복숭아, 포도 등 제철과일은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임자가 없다. 저렴한 바나나는 미끼상품. 폭염속 바나나는 시들어 갔고 사장님 속은 타들어간다.
# 주점을 운영하는 A사장님은 밤 10시에 셔터를 내린다. 주말 저녁 단골 1팀만 받았다. 술집은 점심장사가 불가능해 저녁 영업만 가능하다.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거짓말처럼 신고가 들어온다. 4시간 영업으로는 답이 없다. 한달 임대료만 400만원인데 한숨만 나온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일한다. 가깝게 지냈던 인근 일식집은 오픈 일년이 안돼 폐업했다. 그 자리는 국밥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내년 전남대를 졸업하는 B씨.
그는 학교인근 문구점에서 4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문구점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학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방학기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사장님과 눈이 마주칠 때는 죄인이 된 것 같다. “내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오르지만 정작 일할 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고 눈치를 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시작된 9일 광주최대 번화가인 상무지구와 전대(전남대)후문 등 주요 상권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밤 10시가 지나자 유흥주점이 밀집한 상무지구 간판은 하나둘 꺼졌다. 인구 150만 지방대도시가 불빛 없는 시골마을로 바뀌는 순간이다. 마치 폐허가 된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곳곳에는 임대와 공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상무지구는 광주시청을 비롯해 금융, 은행, 병의원, 쇼핑몰 등 일자리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평소에는 직장인과 젊은이들로 붐비는 곳인데 피크타임에도 썰렁하다.
이곳에서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하는 C사장은 “여행, 숙박, 관광이 타격을 받다보니 식당, 주점,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2차 소비가 사라지게 됐다” 며 “주변상가를 보더라도 빈점포가 속출하고 있는데 건물주도 애가 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남대, 조선대, 호남대 등 대학가는 말그대로 초토화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학생이 급감하는 와중에 코로나가 덮쳤다. 특히 2년째 이어지는 비대면 수업은 대학상권의 숨통을 끊었다.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80%가량 줄었다.
대학생 D씨는 “신입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다보니 교수님, 선배, 동기들과의 소통도 없다. MT, 환영회도 모두 사라졌다” 며 “교문이 어딘지 모르는 학생도 있고 중간에 대학을 그만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행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오는 22일까지 2주 연장키로 했다. 평균 확진자 수가 지난달 7일부터 34일째 1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은 고사위기에 처했다. 거리두기는 연장을 연장하면서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신한카드 자료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카드 승인액은 1조3446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18%가량 급감했다. 저녁 매출이 집중되는 상권은 직격탄을 맞은셈이다.
지난해 9월 닭갈비와 커피숍을 매장을 폐업한 C사장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금 상환과 직원 인건비, 퇴직금, 세금이 없어 이마저도 힘든 상황” 이라며 “정부에서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일부 식당은 배달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앱이용료, 배달대행비, 포장용기값 등을 내고 나면 남는게 쥐꼬리다. 생활물가마저 오르고 있어 울며겨자먹기로 영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떡볶이치킨 매장을 운영중인 E사장은 “식당 사장님보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다” 며 “가게는 와이프에게 맡기고 배달대행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 붙었다” 며 “손실보상금 예산 1조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 재원 마련을 통해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