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창업박람회 현장에서 대한민국 자영업 현주소를 파악하는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입구에는 유명 개그맨 커플이 창업한 반찬가게가 예비창업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장에서는 가맹비, 교육비를 받지 않는 업체의 전단지와 현수막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의구심은 기대와 초조, 불안감이 베인 관람객 표정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4차 대유행과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 소비심리 위축은 창업시장에 악재다.
현재 자영업 창업시장은 고사위기다.
4차 대유행과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 소비심리 위축은 창업시장에 악재다. 이때문에 창업박람회에서 수억원이 비용이 투입되는 고가 아이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입질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5000만원대 소자본 창업 아이템과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무인시스템, 밀키트, 배달 등이 주를 이뤘다.
코로나 전후로 창업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대면 서비스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골목상권 폐업은 속출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까지 오르면서 생존 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했다.
알바와 직원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에 나선 사장님만 430만여명이다. 무인시스템, 배달 등 사업구조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정부는 오는 6일부터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의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을 10시로 되돌리고 모임 인원은 6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추석을 포함한 일주일간은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현장은 냉랭하다.
이처럼 자영업은 단군이래 가장 힘든 시기라는 공감대가 확산중이다. 현장에서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보다 창업을 권하는 회사 관계자가 많아 보인다.
실제 1000여평 규모의 박람회장은 중간중간 부스가 비어 있었고 한산한 모습이다. 당초 참가가 확정된 한 업체는 코로나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당초 참가가 확정된 한 업체는 코로나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예년과 비해 참가업체가 줄었고 예비창업 수요도 감소한 모습에서 자영업 실태를 체감할 수 있다.
음식점 창업을 고민중인 20대 청년구직자는 배달전문점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대신 창업에 눈을 돌린 케이스다.
돈까스 배달프랜차이즈 회사와의 창업상담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연상케했다.
‘팔려는자’와 ‘사려는자’의 피튀기는 창업전선은 양육강식의 먹이사슬과 다를 바 없다.
기자에게도 창업을 권유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한 직원은 “대당 800만원 하는 해외무인복권판매기는 적은돈을 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한바퀴 돌고 나니 각종 홍보물과 전단지가 한가득이다.
예비창업자 면면은 다양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함께 음식점 부스와 밀키트 매장을 둘러보고 창업을 고심하는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20대 청년 예비창업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취업 대신 창업으로 일찍이 방향을 전환한 사례다.
오프라인 매장 뿐 아니라 배달, 숍인숍 등 창업환경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외식, 식·음료 업종이 부쩍 늘었다.
무인 최적화 업종인 밀키트, 스터디카페, 키오스크 등을 통해 올해 창업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
50대 예비창업자 A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창업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며 “가장 큰 고민은 자금이다. 가진돈이 많지 않다보니 소자본 창업을 검토하는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조계범 조선이공대 프랜차이즈창업경영학과 교수는 “경기불황과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 폐업이 늘고 있는데 반해 창업도 꾸준히 이뤄 지는 게 현실” 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축된 소비·투자심리가 상당 부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업은 신중히 고민하고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