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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Sep 18. 2021

돈봉투

작년 추석 엄마가 보물창고속에는


추석이 코앞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흰봉투 3장을 꺼낸다.

그리고 부모님께 짧은 편지를 쓴다.

돈봉투를 만드는 작업이다.


5만원권 대신 1만원권을 바꿨다.

5만원권은 양이 많지 않으면 가볍고 볼품이 없다.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머니머니해도머니.


돈을 벌기 시작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돈봉투의 액수는 언제나 그대로다. 물가도 오르고 돈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졌는데도 돈봉투 두께는 늘 한결같다.


오늘 아침에도 참 많은 고민에 빠졌다.

여든이 넘은 큰이모, 늙은 삼촌의 모습도 떠오른다.


분명 마음은 몇장이라도 더 넣고 싶은데 당장 현실이 떠오른다.

슬며시 집었던 만원권 여러장을 도로 내려 놓는다.


수학학원을 다니는 큰아들 학원비,

둘째의 치과치료비.

막내가 다니고 싶어하는 태권도장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당장 이번달 지출을 생각하니 미안하게도 몸과 마음이 따로논다.


명절의 설레임은 사라진 지 오래.

어릴적에는 설과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맛있는 음식도 좋았지만 친척들이 주는 용돈이 더 기대됐다.


시골에서 유일하게 용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이때뿐이다.

돈을 받으면 학교앞 문방구로 달려갔다.

화약총과 폭음탄, 불꽃놀이를 사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명절에 번 용돈을 아껴가며 일년을 버텼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용돈을 주는 입장이 됐다.

묘하게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크고 비싼게 아니라도 훈훈한 뭔가가 마음에서 올라온다.


작년 추석무렵이다.

운영하던 두곳의 가게를 폐업하고 의기소침할때였다.


엄마가 조용히 작은방으로 날 불렀다.


그리고 장롱 깊은곳에 보물처럼 숨겨진 상자를 꺼냈다. 아뿔사.

그속에는 지금까지 명절마다 보낸 돈봉투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그렇다.

엄마는 아들이 준 돈을 한푼도 쓰지않고 모아 두셨다.

그리고는 목돈을 만들어 다시 내게 돌려줬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어느순간 봉투는 내손에 들려있었다.


눈물이 왈깍 쏟아졌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자식을 키우다 보니 그마음을 하나씩 깨닫는 중이다.


돈봉투 작업은 모두 종료됐다.

내년에는 봉투 두께를 더 높이겠다

해마다 나는 같은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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