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환 문자에 낚인 친구
생존칼럼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친구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귀신에게 쓰인 기분이었어. 당할려고 하니 속수무책이었다”
추석연휴 가장 친한 친구는 살면서 가장 힘든 경험을 담담히 털어놨다.
사기를 당했다. 그것도 보이스피싱이다.
친구는 심성이 착하고 머리도 좋은 녀석이다. 공부로는 녀석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1억원이 넘는 돈을 어이 없게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바쳤다고 한다. 그것도 현금으로 3차례 거쳐서 말이다.
도무지 믿기 힘들일이 현실이 됐고 주인공은 내가 아끼는 친구였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
40년지기인 내게 털어놓는다.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 동안 후련함과 아련함, 자괴감 등이 뒤섞인 뭔가가 피어오른다.
아파트 대출상환이 필요할 때 피싱 문자가 왔다.
생각없이 문자에 나온 전화번호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보이스피싱은 엉성한 조선족 사투리 대신 전문용어와 표준어를 사용하며 친구의 믿음을 얻기 시작했다.
조직도 시스템, 분업화됐다.
4~5명의 조직원들이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의심을 막기위해 통화도중 재빠르게 휴대폰에 스파이더앱을 심어놓고 손가락안에서 모든 정보를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다.
혹시몰라 해당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홈페이지도 연락처도 모두 가짜였다.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스마트폰에 깔린 은행앱을 보고 대출미끼를 던졌다. 그걸 물어버렸다.
정부의 대출옥죄기 정책과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현금대납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현금으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속사포처럼 대화를 이어갔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몰아가는 동안 친구는 서서히 심리적 지배상태에 놓였다. 순식간에 사고와 논리 회로는 일시정지. 그들이 시키는데로 돈을 구했고 이를 현금 전달책에게 그대로 넘겨줬다.
가족들에게 돈을 빌리고 얼마 있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현금을 모두 전달하고 난뒤에 묵직한 뭔가가 찾아왔다.
“아뿔사 뭔가 잘못됐구나”
너무 늦었구나. 연락처는 사라졌고 보이스피싱은 자취를 감췄다.
어렵게 현금을 건낸 브로커를 잡았지만 “자신은 채권수금업무를 위탁받았을 뿐이다”고 발뺌한다.
법정에도 세웠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사실상 돈을 돌려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적 위기에 처하면서 이혼위기에 빠졌고 스트레스와 불면의밤을 보냈다.
“친구야, 어떻게 이런일이 다있냐. 미칠 것 만 같다”
드라나마 영화속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의 이야기다.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줬고 그의 감정에 이입해 무조건적인 이해와 공감을 보낸다.
“죽은자식 불알 만지기”
잊어먹어라. 살면서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쳐라.
내기 해준건 몇마디 위로뿐이다.
보이스피싱.
먼곳에 있는게 아님은 분명하다. 의심되지 바로 끊자. 길어지면 좋을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