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빵집 사장님이 남겨준 물건

11평 동네빵집 폐업, 시골로 떠나는 날

by 생존창업



동네빵집 사장님의 마지막 영업일이다.
일식집에 이어 폐업하는 가게들이 하나둘 느는걸 보니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빵집은 광주에서 세대수가 가장 많은 H아파트 단지 앞에 있다.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을 일반 분양해 화제를 모은 곳이다.

광주에서 세대수가 가장 많고 집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하다.

빵집 사장님은 청사진을 품고 2년 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압도적인 세대수를 염두해 두고 가게 자리를 점찍은 것이다.

월세 110만 원, 11평 작은 빵집은 빵 만드는 공간이 가게의 대부분이다.

이른 새벽부터 밀가루를 반죽한다. 발효기와 오븐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빵은 동네 사람들의 아침을 대신해준다.

가장 자신 있는 빵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천연발효종, 우리밀 빵은 입소문을 탔다.
코어층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코앞에 문을 열었다.
대기업은 할인쿠폰, 포인트 혜택을 내세우며 동네 빵집의 숨통을 조였다.

대기업 빵집이 이벤트를 열 때마다 단골손님의 발걸음도 하나씩 끊겼다. 여기에 코로나가 겹치자 유동인구 자체가 사라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많았지만, 정작 유동인구는 없었습니다.
세대수만 보고 오픈한 게 실패의 요인이었습니다"

실제 주변 상권은 썰렁한 모습이다. 2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의 점심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분위기다. 3개월 전에 문을 연 횟집도 임시휴업 중이다.

군데군데 붙어있는 임대 현수막은 겨울바람에 나뒹굴었다.
빵집은 오늘이 마지막 영업이다.
판매대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빵이 팔리면 영업도 종료된다.

식빵과 카스텔라를 샀다. 고맙게도 큼직한 마늘빵 하나를 서비스로 내어준다.

빵집 사장님과는 당근마켓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새로 옮긴 키즈카페에 판매대가 필요했는데 빵집에서 중고로 물건을 내놨다. 새것은 50만 원인데 중고는 10만 원이다.

고소한 빵내음이 담긴 판매대는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레고와 비즈로 재탄생했다.

"빵집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갑니다. 차라리 마음은 후련합니다."

떠나 가는 자 vs 시작하는 자.
주인이 바뀐 판매대는 시작과 끝이라는 철학적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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