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는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대설경보에 한파까지 겹치자 출근길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평소 15분이면 도착하는 약속 장소에 2시간가량 늦었다.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나주혁신도시에서 분식집을 하는 사장님은 언덕을 넘지 못해 가게문을 열지 못했다. 월말이라 돈 나갈 일은 많은데 마음이 초조해진다.
승용차 한 대는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도랑에 빠졌다. 이곳은 내가 가려던 길이었다. 어린 시절, 눈이 오면 그렇게 기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비료 포대 하나 짊어지고 친구들과 해지는 줄 모르고 썰매를 탔다. 한겨울에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그런데 이제는 눈 오는 날이 싫다.
매장 곳곳에 쌓인 눈을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 고객이 넘어지거나 다치면 안 된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할 때 지겹도록 치웠던 눈. 빗자루로 한창 쓸고 나면 등 뒤로 어느새 쌓여있다.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눈은 더 싫어졌다. 눈만 오면 매출은 확 줄어든다. 유동인구 자체가 감소하다 보니 눈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반면 배달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거북이걸음이다. 사람 마음이 비슷하다. 궂은날은 대행기사의 출근율도 확연히 줄어든다. 주문 전화는 빗발치는데 대행 기사가 부족해 가게 주인은 발을 동동 구른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고생해 번 돈이 병원비 고지서로 바뀔 수 있다. 자영업 사장님은 일기예보를 즐겨본다. 생존창업 역시 전에는 잘 보지 않았던 기상뉴스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조금 전 NHK에서 취재 연락이 왔다.
대한민국 자영업과 생존창업 유튜브 이야기를 뉴스로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다. NHK월드에 일본어 외 20개 언어로 소개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2020년 희한한 일들이 많았다. 코로나, 사회적거리두기, 폐업 등 올 한 해 많은 뉴스들이 자영업에서 쏟아졌다.
교수협회가 첩첩산중을 올해의 사장성어로 뽑은 이유이기도 하다.
창문밖에 아이들이 눈사람을 신나게 만들고 있다. 행복한 웃음이 멀리서 느껴진다. 2021년은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 바이러스가 퍼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NHK 취재] 취재일정: 2021. 1.6(수) *생존창업 라이브방송(15:00~) 방송일시: 2021.1.14.(목) 방송명: NHK WORLD [NEWSLINE] 코리아리포트 (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