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했지만 행복한 이유

손님을 위한 요리, 가족을 위한 요리

by 생존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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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후 처음으로 밥상을 차렸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었다.

요즘 애들은 라면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
와이프도 최근 매장을 이전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다.

자영업은 서비스업이다 보니 남들이 쉴 때 일한다.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한다.

지난 4년간 닭갈비집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내공을 총동원했다. 그동안 손님들을 위한 요리였다면 오늘은 가족을 위한 요리다.



가게에서 음식을 준비할 때와 집에서 요리할 때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업소용과 가정용의 차이라고 할까?

주 거래처였던 식자재마트에서 반찬거리를 구입했다.
과거에는 VIP였지만 이젠 일반등급이다.

그동안 철거공사, 양도양수,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곤 했다.
집에서 가족과 밥을 먹어 본 지도 오래다.

고기를 손질하고 대파, 버섯, 양파, 당근 등 야채를 송송 썰어 넣는다.
잘 읽은 묵은 김치와 콩나물을 비법소스와 함께 볶으니 자세가 나온다. 마지막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넣어준다.

홍춘천치즈닭갈비의 가정용 버전이 완성됐다.
애들이 입술에 양념을 묻혀가며 잘 먹는다.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진다.

불쑥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해지는 줄 모르게 뛰어놀다 보면 집집마다 호출 명령이 떨어진다. 밥하는 연기가 굴뚝마다 피어오른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은 반찬이 없어도 맛있다.
지금도 그 맛은 변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자식을 키우면서 새삼 부모님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읽는다'

4년간 두 곳의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니 웬만한 요리는 만들어 낼 수 있다.
궁하면 통하는 법. 생존 요리다.

많이 만들고 많이 먹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실력이 늘었다.
음식점에 가도 가게 분위기와 운영시스템, 재료, 소스 배합 등이 먼저 궁금해진다.

늦은 저녁을 먹고 초등학교 1학년 막내와 산책에 나섰다. 주말이면 함께 축구를 하고 줄넘기를 하고 밥을 먹는다.
폐업 후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행복한 일도 많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찔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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